새벽길 목련 가지는 목을 움츠리고 가지에 낡은 낙엽은 아직도 과거를 못버렸네. 차가운 새벽공기는 목덜미에 파고들고 밤새 걷던 반달이 겨우 아파트 지붕에 서있네. 텅 빈 새벽 버스는 같은 길을 달리고 횡단보도 신호등만 사람을 기다리네. 내 인생은 평생 새벽길을 걸어왔네. 곤히 잠든 세상을 홀로보며 걸었네. 남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았고 남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네. 남이 생각하지 않는 생각에 잠겨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이렇게 걸었네. 봄은 멀리 있지 않은데 겨울을 밀어내지는 못하네. 내 인생도 겨울에 묻혀 몸부림칠 때 언제나 봄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네. 그래도 나는 불평하지 않는다네. 견디다 보면 인생의 봄도 찾아온다네.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않으며 여전히 새벽길을 걷는다네. 2023.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