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의 영혼
- 얼음 바람이 부는데
- 올해도 꽃은 작년처럼 핀다.
- 설연화 눈을 헤치고 피더니
- 노로귀 하늘거리며 얼굴을 내민다.
- 납월홍매, 유채, 생강나무, 산수유가
- 앞다투어 일제히 피어난다.
- 제각기 색깔과 향을 뿜어대며
- 찬 바람에도 피어나는 꽃을 보면
- 우주 어디에 잠자고 있던 고운 림보들이
- 시간에 맞춰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 한겨울 죽음에 눌렸던 세상을
- 감당하기 힘든 새 생명의 빛으로
- 폭죽처럼 피어오를 때
- 겨우내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뛴다.
- 이제 곧 새 세상이 열리고
- 이전에 경험했던 장엄함이 펼쳐지면
- 산에는 노루와 산양이 풀을뜯고
- 들에는 억조창생들이 초록을 이루며
- 봄새들 지치지 않는 날갯짓으로
- 마음껏 노닐며 자유를 누릴 것이다.
- 꽃의 영혼은 나의 영혼을 일깨우며
- 향기 진동하는 동산으로
- 아주 힘있게 끌어당기고 있다.
- 2023.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