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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시 67

당신의 사랑

마음을 주는 사랑이 꽃이라면 언어로 표현하는 사랑은 별이겠지요. 눈빛에 서린 사랑은 가슴으로 읽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때 심장은 흔들리지요. 이른 봄에 피어나는 산수유와 온 산을 불태우는 진달래꽃보다 당신의 진솔한 사랑 고백은 돌던진 호수처럼 마음이 출렁이지요. 살포시 내게로 다가온 당신이 내 손잡으며 사랑을 고백하 던 날 나의 가슴엔 뜨거운 불꽃이 일고 어둡던 동굴은 환해졌지요. 방황의 터널을 오래도록 걸으며 갈피를 잡지 못해 괴로웠더니 부활의 종소리 울려 퍼지던 날 당신의 뜨거운 사랑에 나는 무너졌지요. 2023.3.12

신앙시 2023.03.11

첫사랑

첫사랑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구름은 무지갯빛으로 변했고 구천마리 나비떼가 가슴 언저리로 날아들었지요. 산은 병풍처럼 일어섰고 햇볕은 폭포수로 쏟아졌지요. 내가 디딘 땅은 진동했고 골짜기 냇물은 합창을 불렀지요. 수억개의 나뭇잎은 온종일 박수를 보냈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야생화가 몸을 흔들며 웃어주었지요. 세차게 불던 계절풍은 온순한 양처럼 내 앞에 엎드렸고 당신이 내 손을 잡아 줄 때 금 빛 불꽃이 가슴에 튀었지요. 당신의 사랑을 뜨겁게 느끼던 날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새 하늘과 새땅이었지요. 그 황홀했던 사랑을 잊을 수 없어 처음 만난 강가를 지금도 서성이지요. 내게 다가온 당신을 지금까지 나의 주님으로 섬기며 살고 있지요. 2023.2.11

신앙시 2023.02.11

새벽기도

새벽기도 사방을 둘러 보아도 캄캄할 뿐 희미한 가로등만 끔뻑인다. 샛별이 떠오를 때면 어김없이 일어나 새벽길을 걸어 나만의 장소로 간다. 도시 비둘기들과 방랑하는 새들이 어디에선가 깊이 잠든 개동(開東)에는 무성했던 별들도 지쳐 스러지고 온종일 괴성을 뿜으며 달리던 차들도 지금은 깊은 잠에 빠졌다. 누가 나를 깨우지 않아도 어둠을 밟으며 같은 길을 걷는 것은 그분을 향한 나만의 목마름과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움이 있어 스스로 어두운 새벽을 깨운다. 고슴도치 딜레마 같은 세상에서 그분의 품에 기대면 가슴이 따뜻하다. 주절거리며 떠드는 내 주장을 그분은 언제나 들어주기만 한다. 울어도 웃어도 때로는 심한 말을 해도 그분은 끝까지 내 말을 들어준다. 그래서 매일 그분이 있는 곳에 간다. 2023.1.14

신앙시 2023.01.14

추수감사절의 기도

추수감사절의 기도 코로나 19가 세상을 덮치고 힌남도 광풍이 난동을 부렸어도 여전히 단풍은 곱게 들고 논밭에 곡식은 풍년을 맞았나이다. 아지랑이 밭고랑에 피오르고 종달이 날개치며 보리밭 위로 날 때 유채꽃 출렁이던 벌판에 서서 풍년을 기원했는데 응답해주셨나이다. 봄 가뭄이 너무 심해 길가 회양목이 시들어 가던 날에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서서 애타게 드리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셨나이다. 잘 익은 사과 열매와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에서 창조주의 섬세한 심성을 보오며 무르익은 곡식에서 넉넉한 신심을 읽나이다. 인간 세상은 언제나 추해도 계절마다 고운 빛깔로 쓸어덮으며 아낌없는 자연 은총으로 넉넉히 채우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나이다. 2022,11,13

신앙시 2022.11.12

목자들아

목자들아 목자들아 일어나라 먼동이 텄다. 양을 몰아 푸른 풀밭 찾아 나서라 긴긴 밤 허기지친 양떼들에게 이슬 맞은 푸른 꼴을 먹여주어라. 목자들아 막대기로 양을 몰아라. 어리석고 우둔한 양 바로 이끌어 사나운 맹수에게 잡히지 않게 평탄하고 안전하게 인도하여라. 목자들아 눈을 들어 앞을 보아라. 드넓은 풀밭과 맑은 냇물이 배고프고 목마른 양 기다린단다. 지체 말고 양을 몰아 그리로 가라. 목자들아 가로놓인 비탈을 보라 발걸음을 옮길 때면 숨이 막히고 가시밭길 지날 때면 찔려 아파도 어린 양떼 생각하며 참고 갈지라. 목자들아 서쪽 하늘 노을이 섰다. 뙤약볕에 지친 양을 불러 모아서 잃어버린 양이 없나 꼼꼼히 살펴 편히 쉴 장막으로 인도 하여라 목자들아 하루 종일 양을 치느라 지치고 상하여 쇠약해 져도 양을 ..

신앙시 2022.09.12

당신께

당신께 읊을 수 없는 호칭이기에 감히 당신이라 칭합니다. 이팝나무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늦봄 햇살이 신록에 쏟아질 때 당신의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생명의 신비함에 감탄합니다. 현란한 색채의 꽃들이 쏟아내는 짙은 향기가 가슴을 흔들때면 싱싱한 풀 내음에 훈훈히 취합니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세상 끝까지 날아서 당신의 솜씨를 더 많이 느끼고 싶습니다. 초여름 햇볕이 내리쬘 때면 뒤설레는 마음 주체할 수 없어 푸른 풀밭에 드러누워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2022.5.7

신앙시 2022.05.07

봄 날의 기도

봄날의 기도 치미는 봄기운에 겨울은 저만치 물러섰고 어제 만지고 간 햇살에 홍매화 가지마다 꽃망울 붉습니다. 귀를 찢는 까치 노랫소리 옛 친구들 음성처럼 정겹고 재잘대는 새들의 날갯짓을 보며 닫아 두었던 내 마음을 활짝 엽니다. 지난겨울 긴 추위에 내 영혼은 얼음장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잿빛 새봄을 학수고대했습니다. 산고랑에 흐르는 냇물소리에 무거운 겨울 신발을 벗어 던지고 봄빛 대지를 향해 달려가렵니다. 그런데 봄은 계약서처럼 어김없건만 내 생애 생명의 봄날은 당신의 생명책에 몇 번 더 남았습니까? 양지바른 언덕에 주저앉아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추억할 때면 살아온 날들의 은총에 할 말을 잊으나 생명 계약일의 만기가 도래할 것만 같아 수각황망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벌떡 일어서서 다시 찾아온 봄..

신앙시 2022.03.09

감사절의 기도

감사절의 기도 봄볕에 보리밭 위로 날던 종달새들의 고운 노래를 들으며 올해도 풍년을 기원했던 마음의 기도에 주님은 무르익은 오곡백과로 응답하였습니다. 폭풍우 사납던 한 여름밤과 찌는 듯한 삼복더위를 지날 때 농사꾼의 피와 땀을 기억해 달라던 기도에 주님은 농부들의 환한 웃음으로 응답하였습니다. 허수아비 들판에서 졸고 참새들 낱알을 쪼아먹으며 재잘거릴 때 공중의 새들까지 먹이시는 조물주의 넉넉하심을 벼 이삭 무르익는 논둑에 보았습니다. 코로나 19는 모든 사람을 두렵게 해도 아침마다 해는 뜨고 저녁마다 별이 빛나며 비와 바람을 골고루 보내주셔서 우리의 일상(日常)을 돌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세상은 분요(紛擾)하고 위험하지만 어미가 자식을 사랑함 같이 아껴주시고 자신을 던져 세상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금..

신앙시 2021.11.19

섭리(攝理)

섭리(攝理) 오늘은 비가 오다가 그치고 햇볕이 한참 내리 쬐다가 다시 흐리고 가랑비가 내린다. 변덕을 부리는 여름 날씨는 대기의 불안함 때문만은 아니다. 고개를 돌리면 끝없이 짙푸른 여름빛을 유지하기 위해 지고한 섭리가 자주 뒤집어서다. 지상에 존재하는 어떤 물체도 자력으로 생존하지 못한다. 드러나지 않는 지존자의 손길이 오묘한 조화(造化)로 엮어갈 뿐이다. 피었다 지는 꽃 한 송이와 초식동물의 밥이 되는 풀 한포기도 자력갱생의 삶을 살수는 없다. 밝게 비추다 스러지는 저녁별과 장엄한 일출의 신비함도 스스로 존재하는 초월자에 의해 천체는 면밀(綿密)하게 움직이는 거다. 무량한 질서 속에 내가 나로 존재하는 초자아 역시 지배자의 손길에 끌려간다. 나는 지존자의 은밀함을 믿는다. 2021.7.11

신앙시 2021.07.10

우리교회 풍경

우리교회 풍경 붉은 십자가 늘 하늘에 떠있고 참사랑 빨간 네온은 밤새 명명(明明)하다. 아마 길 잃은 이들이 이 동네에 많아 밤마다 등대처럼 불을 밝히나보다. 예배 시간마다 찬양소리 흘러나와 길손의 가슴을 조용히 흔들고 꽃잎처럼 쏟아지는 피아노 선율은 지친 사람들 마음을 파고든다. 황토 빛 고딕 예배당은 쳐다 볼 때 마다 마음이 평안하고 예배당에 앉아 기도를 드릴 때면 환하게 웃는 하나님 얼굴이 떠오른다. 화단에 피어나는 앙증맞은 란타나 주일학교 어린이만큼 예쁘고 잘 다듬어진 주목 다섯 그루는 우리교회 청소년 미래를 보는 듯하다. 스테인 그라스에 웃고 있는 성자는 두 손을 들고 밤낮 축복하니 예배당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큰 복이 넘치리라. 2021.6.20

신앙시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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