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기도 치미는 봄기운에 겨울은 저만치 물러섰고 어제 만지고 간 햇살에 홍매화 가지마다 꽃망울 붉습니다. 귀를 찢는 까치 노랫소리 옛 친구들 음성처럼 정겹고 재잘대는 새들의 날갯짓을 보며 닫아 두었던 내 마음을 활짝 엽니다. 지난겨울 긴 추위에 내 영혼은 얼음장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잿빛 새봄을 학수고대했습니다. 산고랑에 흐르는 냇물소리에 무거운 겨울 신발을 벗어 던지고 봄빛 대지를 향해 달려가렵니다. 그런데 봄은 계약서처럼 어김없건만 내 생애 생명의 봄날은 당신의 생명책에 몇 번 더 남았습니까? 양지바른 언덕에 주저앉아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추억할 때면 살아온 날들의 은총에 할 말을 잊으나 생명 계약일의 만기가 도래할 것만 같아 수각황망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벌떡 일어서서 다시 찾아온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