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大雪) 눈송이 소복이 쌓인 겨울밤새벽달은 죽은 듯 숨을 고르고꽁꽁 얼어붙은 마을 길 끝자락에서헐벗은 산 그림자는 추위에 떨고저 멀리 아궁이 붉은 불씨처럼누군가의 숨결만이 희미하다.동짓달 초승달은 너무 차가워그림자조차 한없이 초라하고굴뚝 없는 초가집 뒤뜰에서겨울바람 매섭게 휘두를 때면겨울은 사랑방까지 파고들었다.배고파 서럽던 그 시절에는어머니 손끝에 사랑만 남아얼어붙은 손에 쥔 감자 한 톨그 속에 담긴 어머니 온기가배곯는 자식들을 살려냈다.대설은 가고 다시 봄은 오겠지만한겨울 기억은 가슴에 남아늙어도 지워지지 않는 설움이여그 시절 대설(大雪)은 가난한 가슴을 후벼팠지만눈 속에 묻힌 희망은 아직도 숨 쉰다.2024,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