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추석
도시의 추석 고층 아파트에 갇힌 나는 십오층 유리창에 걸린 달을 본다. 고향 떠난 사람 못 잊어 달은 도시 빌딩 숲을 찾아왔다. 송편, 풋콩, 햅쌀밥, 알밤, 디딜방아, 대청마루, 사립문, 가을들녘, 황금 물결, 코스모스, 신작로, 초가집, 논둑 길 보름달은 늘 웃으며 굽어봤는데 아스팔트에 포위된 마을은 형형의 세단이 줄을 잇고 풋풋했던 이웃 정이 떠난 동네에 낯선 이방인이 왕래하며 온종일 돌아가던 물레방아 터에는 아련한 추억의 조각만이 뒹굴어 둥근 보름달도 시골 하늘을 버리고 어릴 적 반겨주던 얼굴을 찾아 밤길을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다. 나 비록 도시인으로 살아도 흙냄새, 익은 볏단, 빨랫줄, 낡은 지게 마당 가 작두, 쇠스랑, 돌담, 동구 밖 오솔길 나 어찌 잊힐리야 달맞이꽃 노랗게 피어나던 내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