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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기다리며
- 눈보라가 휘젓고 도망치는 숲에는
-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나무들이
- 서로를 껴안은채 말이 없다.
- 별빛이 차가운 언덕에 쏟아지고
- 달빛이 간간히 찾아와 말을 건네지만
-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 가지 끝에 매단 암갈색 움을
-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 언 땅을 힘껏 뻗딛고 서 있다.
- 흰 눈이 정강이까지 차갑게 조여와도
- 이를 악물고 봄을 기다린다.
- 우리가 사는 세상은
- 수시로 겨울한파가 휘몰아치지만
- 숲의 나무보다 강한 의지로
- 얼마든지 고난을 이겨내곤한다.
-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 푸른 생명을 모두 앗아간 겨울에도
- 봄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 발을 꼼작거리며 봄을 기다린다.
- 제아무리 혹독한 동한(冬寒)이라도
- 봄은 가슴속에서 꿈틀거린다.
- 20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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