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을 기다리며

신사/박인걸 2023. 1. 27. 16:16
  • 봄을 기다리며
  •  
  • 눈보라가 휘젓고 도망치는 숲에는
  •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나무들이
  • 서로를 껴안은채 말이 없다.
  • 별빛이 차가운 언덕에 쏟아지고
  • 달빛이 간간히 찾아와 말을 건네지만
  •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 가지 끝에 매단 암갈색 움을
  •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 언 땅을 힘껏 뻗딛고 서 있다.
  • 흰 눈이 정강이까지 차갑게 조여와도
  • 이를 악물고 봄을 기다린다.
  • 우리가 사는 세상은
  • 수시로 겨울한파가 휘몰아치지만
  • 숲의 나무보다 강한 의지로
  • 얼마든지 고난을 이겨내곤한다.
  •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 푸른 생명을 모두 앗아간 겨울에도
  • 봄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 발을 꼼작거리며 봄을 기다린다.
  • 제아무리 혹독한 동한(冬寒)이라도
  • 봄은 가슴속에서 꿈틀거린다.
  • 2023.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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