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저녁 그즈음

신사/박인걸 2023. 2. 8. 08:11
  • 저녁 그즈음
  •  
  • 도시의 노을이
  • 아파트 담벼락을 기어올라
  • 긴 여운을 남기며 하늘로 흩어진다.
  • 도시 빌딩과 하늘 사이에
  • 직각 모형은 점점 선명해지고
  • 하나 둘 간판에 불이 들어 올때면
  •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  
  • 매일의 삶은 고달프지만
  • 누구나 불평하지 않고 받아드린다.
  • 해와 달이 갈길을 가듯이
  • 존재하는 것들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 온종일 밟고 다닌 거리에는
  • 무수한 사연이 쓰레기와 함께 뒹굴지만
  • 어머니 치마폭 같은 어둠이 내려와
  • 들춰내지 않고 쓸어 덮는다.
  •  
  • 오늘도 지친 내 영혼은
  • 비망록에 하루의 생각을 새겨넣지만
  • 내게 할당 된 운명의 시간은
  • 저녁노을과 함께 멀리 사라졌다.
  • 노을이 질 그 즈음에는
  • 어떤 상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 202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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