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왕지절(金旺之節) 산골 마을에서 며칠 유숙한 뒤 어느새 도시를 찾아 왔다. 뒤늦게 핀 배롱나무 꽃잎을 떨구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 아파트 정원에 서성인다. 짙푸르던 마로니에 잎이 안색이 변했고 그 곁에 플라다나스도 곁눈질한다. 늦백일홍 꽃잎이 눈을 감고 가을바람을 맞아들인다. 아침 내내 울던 귀뚜라미 소리에서 작년 이맘때를 떠올렸다. 어떤 여인의 늘어진 원피스 단풍잎 무늬에 가을이 졸졸 따라간다. 해마다 가을은 반갑지 않은 알레르기 비염을 내 얼굴에 뿌린다. 나에게 가을은 금왕지절이 아니지만 그래도 높디높은 하늘은 나의 마음을 힘있게 끌어당긴다. 올해도 가을은 이렇게 찾아왔다. 202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