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에게 산새에게 산 새 한 마리 구슬피 운다. 새끼를 버린 어미를 애타게 찾지만 작심하고 떠난 어미는 돌아오지 않는다. 처음 겪는 두려움에 깃털은 곤두서고 작은 심장은 터질 듯 아프다. 밤 같은 캄캄함이 두 눈을 가리고 나뭇가지를 붙든 손은 맥이 풀린다. 찬바람은 나뭇가지를 사정없이 흔.. 나의 창작시 2018.02.23
여정(旅程) 여정(旅程) 가파른 질멧재를 자주 넘어 강바람 휘몰아치는 버덩길을 돌아 돌 강이 흘러내리던 그 길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간두(竿頭)였다. 개 짖는 소리도 어렴풋한 드문드문한 초가집 산골 마을은 우람한 백송 뒤에 숨바꼭질하듯 하여 굴뚝 연기가 아니면 숲이었다. 겹겹이 둘러싸인 .. 나의 창작시 2018.02.22
찹쌀떡 사요 찹쌀떡 사요. 눈이 녹아 비로 내리는 밤에 빌라 골목 어디선가 ‘메밀 묵 찹쌀떡’을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서글프다. 자정으로 가는 이 시간에 지척거리는 발걸음으로 팔리지 않는 떡 그릇을 메고 몇 번째 마을을 돌고 있다. 스마트폰 한 통화로 안방까지 배달되는 편리하고 손쉬운 시.. 나의 창작시 2018.02.20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 눈 덮인 인제 원대리 비탈에 자작나무들이 늠름하다. 북유럽 종족답게 늘씬한 몸매로 흰 피부를 드러낸 채 찬 바람을 견딘다. 구부러지거나 휘지 않고 대나무처럼 하늘로 뻗으며 잡목들의 접근을 불허한 채 자기들 끼리 모여서서 숲을 이룬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가슴 속.. 카테고리 없음 2018.02.18
설날 성묘 설날 성묘 설날 찾은 부모님 묘지위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 오래간만에 찾아 온 자식은 송구(悚懼)하기 그지없다. 질곡의 가시밭길을 걷고 황량한 들판에서 방황하며 음침한 계곡을 걸어 나와 힘겹게 가파른 언덕을 오르셨는데 양지바른 뒷산 언덕에 영면의 터를 잘 잡고 고달픈 세.. 카테고리 없음 2018.02.17
설날 감정 설날 감정 섣달그믐은 가고 정월 초하루가 열렸다. 어제와 똑같은 하늘이라도 가슴속의 하늘은 새 것이다. 어저께 밟은 대지는 지나간 옛 것이 되었고 얼음장 속에 갇힌 강물도 새 이름으로 흐른다. 남촌의 꽃 향을 가득안고 눈밭을 밟으며 달려온 바람은 舊態에 찌든 가슴을 말끔히 닦아.. 나의 창작시 2018.02.15
결연한 의지 결연한 의지 산다는 것은 고통이어서 눈물골짜기를 헤매며 연실 아픔을 토해낼지라도 의연히 그 길을 걸으리라. 거세게 부는 삭풍이 삶을 사정없이 흔들어도 고통을 온 몸으로 막아내며 짐짓 웃으며 견디리라. 눈 속에서 피어나는 바닷가 새빨간 동백꽃처럼 십자가를 지는 고난에도 생명.. 나의 창작시 2018.02.12
설날 결의 설날 결의 그 사이 한 해는 가고 새해를 시작하는 정월 초하루 연력의 첫 날에는 새 마음을 決意하련다. 나뭇결처럼 쌓여가는 짧지 않은 연륜의 무게만큼 경망한 행위를 뉘우치고 몸가짐을 신중히 하련다. 격조 있는 언어와 바르게 판단하는 지혜로 상식을 벗어나지 않아 면안을 돋보이.. 나의 창작시 2018.02.09
한 줄기 햇살 한줄기 햇살 북극 추위가 밀려와 참새들도 발걸음을 멈춘 정오의 서울 햇살이 아파트 벽에 얼어붙었으나 고층 아파트 사이를 비집고 동향집 거실에 들어와 쇼파에 걸터앉은 햇살은 우연한 발걸음이 아니다. 주인의 아픈 명치끝으로 붉은 색 고드름이 매달려 차갑게 뛰는 심장을 살며시 .. 나의 창작시 2018.02.09
깊은 겨울 깊은 겨울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깊은 정적만 흐르고 기압계의 차가운 수은주는 연일 낮은 곳에서 맴돈다. 들판을 지나가는 바람은 깊은 한숨을 토하고 얼어붙은 강물은 밤마다 슬프게 울고 있다. 자유를 잃은 생명들은 포로가 된 채 침묵하고 지저분한 인간들의 발자국만 하얀 눈이 덮.. 나의 창작시 2018.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