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단상 봄날의 단상 봄은 길을 따라 오지 않고 아무데나 밟으며 온다. 산등성이나 늪지대나 가파른 절벽으로도 온다. 더딘 밀물처럼 바다 저편으로부터 좋은 냄새를 마구 풍기면서 완두콩 빛깔로 다가온다. 총각 처녀의 가슴을 폭풍처럼 마구 흔들면서 그리움과 설레임을 흩뿌리면서 파고든다. .. 나의 창작시 2018.04.14
어느 가로등 어느 가로등 언제 부터인가 집 앞 가로등은 항상 그 자리에서 어둠을 환히 밝힌다. 어두울수록 빛나는 황금빛 등불은 오가는 길손들까지 정겹게 지켜준다. 내 마음 입구에도 가로등 하나 걸어놓고 어둠을 몰아내고 언제나 밝게 살고프다. 눈비 바람에도 한 점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키.. 나의 창작시 2018.04.07
백목련 백목련 삭막한 겨울을 막 벗어날 즈음 잔설이 아직 가슴에 박혔더니 길목에 활짝 핀 백목련에 님을 만난 듯 녹아 내렸네라. 며칠 밤 혼곤히 자고나니 밤비에 후줄근히 젖어 어지간히 낙화한 처량한 꽃잎이 덧없음에 가슴이 아팠네라. 그토록 빨리 질것이면 차라리 곱게 피지나 말 것을 어.. 나의 창작시 2018.04.05
4월 사월 사월 산천은 붉게 달아오르고 대지의 심장은 힘차게 박동한다. 목련꽃잎 내려앉고 진달래 활짝 웃고 살구꽃 나비되니 라일락이 기다린다. 나비는 길을 잃고 바람도 방황하며 산새도 꽃에 취해 온 종일 혼곤하다. 짧게 지나가는 현란한 꽃향기에 몽롱한 나그네도 잠시 취해본다. 나.. 나의 창작시 2018.04.04
벚꽃 벚꽃 벚꽃 분홍빛으로 곱게 피는 거기 그 길을 걷노라면 꽃잎만큼 고운 당신얼굴이 꽃송이 안에서 활짝 웃는다. 황금빛 가로등불이 꽃길을 환하게 비췰 때면 송이 꽃 아래 곱게 웃던 그대가 꽃잎처럼 날아 내려 올 것만 같다. 눈이 멀 정도로 사랑에 빠져 꽃 숲에 정답게 마주 앉아 꽃송이.. 나의 창작시 2018.04.01
부활절 부활절 갈보리산 위에 흉측하게 선 십자가에 창조주의 아들이 무고하게 달려 죽던 날 살적을 꿰뚫던 망치소리 온 우주에 메아리쳐 원죄로 죽은 영혼들 귀에 구원의 소식으로 부활하고 갈기갈기 찢긴 상처에서 샘처럼 솟은 붉은 피는 천만인의 가슴 깊이 사랑의 꽃으로 부활했네. 북어처.. 나의 창작시 2018.03.30
춘분 춘분 네 번째 절기가 오면 산수유 노랗게 핀 양지바른 언덕위로 짝 찾는 노랑나비가 날고 어린 누나의 유두처럼 살구꽃 망울이 부풀 때면 봄바람은 소년의 가슴을 들쑤시며 휘저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새싹이 치미는 들녘에는 향기로운 봄기운이 활화산처럼 분출하고 연둣빛 햇살이.. 나의 창작시 2018.03.25
아직은 모르네 아직은 모르네. 이직은 모르네. 지나놓고 보아야 아네. 오늘의 죄인이 내일에 의인이 되고 오늘의 의인에 훗날 역적이 되니 드러난 일들이 가짜일 수 있고 숨겨진 일들이 진짜일 수 있으니 함부로 입을 놀려 정죄하거나 단죄하지 말찌니 만민이 돌을 던져도 손으로 돌을 집지 말라. 악담.. 나의 창작시 2018.03.23
목련 꽃 목련 꽃 촛불보다 더 환하게 밝히며 차갑고 어두운 계절을 밀어내고 포근한 계절을 불러오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꽃이여! 수만 꽃송이들을 불러 모아 소리 없는 함성으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의식을 단번에 일깨우는 꽃이여! 껍질이나 껍데기는 치우고 알맹이만 골라 진실을 드러내어 실.. 나의 창작시 2018.03.23
겨울 비 겨울 비 아스팔트를 뛰어 다니는 겨울비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잠든 새벽 귓가에 애닮은 리듬으로 들려온다. 나뭇잎 모두 떨어져 완충지대 없는 허공에서 곤두박질 친 물방을 들이 낙엽처럼 낮은 곳으로 쌓인다. 추락하면 밑바닥에서 사정없이 뒹굴어야하는 신분 잃은 어떤 노동자의 .. 나의 창작시 201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