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사요.
눈이 녹아 비로 내리는 밤에
빌라 골목 어디선가
‘메밀 묵 찹쌀떡’을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서글프다.
자정으로 가는 이 시간에
지척거리는 발걸음으로
팔리지 않는 떡 그릇을 메고
몇 번째 마을을 돌고 있다.
스마트폰 한 통화로
안방까지 배달되는
편리하고 손쉬운 시대에
누가 저 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어떤 사연이 있어서
몇 푼 생활비를 충당하려
어둔 밤길에 찬비를 맞으며
애타게 외치며 걷고 있겠지
따뜻한 이불을 덮고
편안한 잠을 청하던 차에
배고파 잠 못 이루던 옛 기억에
마음이 많이 괴롭다.
2018.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