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흔들림 바람을 맞는 나무는 휘어지지 않으려 흔들리고 연약한 들풀은 의지할 데 없어 흔들린다. 천만년 묵은 바위는 심지가 굳어 흔들리지 않으나 의지가 가벼운 갈대는 소슬 바람에도 요동친다. 그리움이 밀려올 때면 마음은 돛단배처럼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면 온종일 허공위.. 나의 창작시 2016.12.11
겨울 비 겨울비 갈비뼈를 시리게 하는 비가 진눈깨비에 섞여 내리는 날이면 묻어버리지 못한 추억이 어느 강가를 떠돈다. 숫한 벌판을 건너와 되돌아갈 수 없는 거리에 섰어도 다 타버린 추억에서 조그만 불씨가 되살아난다. 거기에 이르는 길목에는 바리케이드가 가로막혀 있지만 이런 날에는 .. 나의 창작시 2016.12.11
겨울 오솔길 겨울 오솔길 무성하던 나뭇잎들이 노란 나비가 되어 날아가 버린 텅 빈 겨울 숲에는 속이 여문 나무들이 반긴다. 다가오는 겨울기세를 나무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내색하나 없이 의젓하게 제자리에 서서 맞는다. 매섭게 추운 겨울이 가슴 깊이 시리게 해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나무.. 나의 창작시 2016.12.11
저녁연기 저녁연기 차분한 어둠이 산등성에서 마을로 걸어올 때 굴뚝 위로 오르는 연기는 어둠과 조용히 섞인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뒤로하고 저녁 하늘을 맴돌다 기억들조차 허공에 흩뿌리고 소멸의 세계로 걸어간다. 아직 타버리지 않은 숱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안고 어디론가 떠나야하는 그 .. 나의 창작시 2016.12.11
안개 안개 이맘때면 해마다 안개가 내린다. 연막탄을 터트린 듯 자욱하다. 차들이 안개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방금 지나간 사람이 증발한다. 가로수가 갇혀있고 새들은 가지에 앉아 울고 있다. 마을을 점령한 안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안개 위로 드러난 시멘트 건물들이 공중누각 같다. 등교하.. 나의 창작시 2016.12.11
싸락눈 싸락눈 싸락눈이 차갑게 내린다. 코트 깃을 세우고 종종거름으로 걷는다. 아드리아 바다의 수증기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아메리카로 떠밀려가다 코리아 상공에서 싸락눈이 되었을지 모른다. 낯선 땅에 곤두박질 쳐져 물 한 방울로 변신한 후 고향바다를 찾아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문.. 나의 창작시 2016.12.11
낙엽 낙엽 더러는 곤두박질치고 혹은 나비처럼 날아 지상을 디딘 낙엽들이 자기들끼리 모였다. 손을 잡고 싶었고 몸을 비벼대고 싶었으나 그리움만 싸일 뿐 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누구를 위한 다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자신을 위한 삶은 서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구실을 다.. 나의 창작시 2016.12.11
아우성 아우성 가물거리는 촛불이 눈비에도 꺼지지 않고 어둠을 환희 밝히며 도시마다 출렁인다. 민초들이 일어나 도처에서 아우성이며 기세로 퍼져가는 요원의 들불이다. 사익을 위하여 전횡을 일삼으며 국익을 내팽개친 탐관을 파직하란다. 긍휼을 기대 말라. 연민의 정도 바라지 말라. 주권.. 나의 창작시 2016.12.11
길거리 촛불 길거리 촛불 가는 바람에도 끔뻑이며 방안을 밝히던 촛불이 거센 바람 부는 광장에서도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작은 불꽃 하나하나가 온 나라에서 모여들어 전국 강토를 온통 붉은 빛으로 수놓는다. 청기와집이 어둡고 그 집 주인의 양심이 어두워 촛불을 밝게 쳐들고 갈 길을 열어주고 .. 나의 창작시 2016.12.11
황혼 황혼(黃昏)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 내 인생의 가을이 지나가네. 겨울이 오네. 겨울이 와 저기 겨울이 서 있네. 가려면 가고 올테면 오라지 나는 하나도 두렵잖네. 살만큼 살았고 일할 만큼 했으니 아무런 미련도 없네. 못내 아쉬운 하나 날 사랑한 그대 더 사랑 못한 일 뿐이네. 2016.11.25 나의 창작시 2016.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