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갈(解渴) 해갈(解渴) 종일 추적거리며 내 가슴위로 내린 봄비는 영혼의 목마름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기다림에 지쳐 가슴은 사막이 되고 타는 목마름으로 내 영혼은 스러지더니 제때에 알맞게 흡족히 적셔주므로 시들어버린 영혼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은총은 이토록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 나의 창작시 2018.04.26
혼자 혼자 머나 먼 하늘에 덩그러니 걸린 달이 그 긴 세월을 혼자여서 외롭다. 나 역시 그 먼 길을 혼자 왔다고 생각하니 외로이 살아 온 내가 나에게 불쌍하다. 저 높은 산등성을 혼자 넘는 노루였고 가로지른 푸른 강을 혼자 건넌 새였다. 나 혼자 걷다가 지치면 스러졌고 많이 서러운 날은 굵.. 나의 창작시 2018.04.24
모순(矛盾) 모순(矛盾) 시궁창에 피어난 샛노란 민들레꽃과 독을 잔뜩 머금은 눈부신 영산홍 이름과 다르게 고운 애기 똥 풀 꽃 꿀이 철철 흐르는 가시달린 아카시아 한 마음에 머무는 사랑과 미움의 감정 한 입에서 나오는 저주와 축복의 말 사랑해서 헤어지고 밉지만 사랑 한다는 상극의 긴장이 공.. 나의 창작시 2018.04.22
허무(虛無) 허무(虛無) 시인/박인걸 순백의 목련 꽃잎이 너절한 헝겊조각 되어 뒹굴고 나비되어 날아간 벚꽃나무는 허탈함에 심히 굽어있다. 동녘을 밝힌 아침태양이 어느새 서천에 기울고 물위에 그린 그림처럼 젊음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밤새 드리운 낚싯대에 빈 낚시만 덜렁거리듯 용흥(龍興)이 .. 나의 창작시 2018.04.20
은유(隱喩) 은유(隱喩) 당신은 내 마음을 훔쳤고 나는 매일 마음을 그리워했다. 숨어 있는 마음을 찾는 일은 태산을 넘는 그림자만큼 힘들었고 바다 가운데 섬처럼 외로웠다. 파도가 출렁이는 어느 바닷가와 활 나무 햇순이 진초록 되던 날 그 언덕에도 마음은 없었다. 성근 별빛이 뒤뜰을 비췰 때면 .. 나의 창작시 2018.04.19
석벽(石壁) 석벽(石壁) 이끼 낀 석벽(石壁)은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 공들여 쌓았으나 뭉그러져 뒹굴고 떨어진 꽃잎은 행객에게 짓밟히며 텅 빈 돌담 안에는 공허함만 맴돈다. 대몽(大夢)침략에 천도한 강화산성 항몽투쟁의 고달픔이 켜켜이 쌓여있다. 밤새 창을 든 고려시대 병사의 구슬픈 노랫소리.. 나의 창작시 2018.04.18
까치둥지 까치둥지 십칠 층 아파트와 키 내기 하는 메타콰이어 나무 꼭대기에 엉성한 까치집 아슬아슬하다. 빌딩 계곡으로 제트바람이 일면 에버랜드 바이킹의 고통스런 기억에 쳐다보는 가슴은 불안스럽다. 진화하지 못한 원초적 습성은 원시 그대로여서 정겹다지만 행여나 허물어질까 자글거린.. 나의 창작시 2018.04.17
숲길에서 숲길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만만 가지를 뻗어 비탈의 절반을 차지한 부자 나무가 교만하다.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영양실조에 걸린 나무들이 바동거리며 몸부림쳐도 슬픔과 가련함뿐이다. 거목이 문어발을 뻗어 거대한 군락을 이룰 때 발붙이려던 잡목들은 눈물을 삼키며 떠나야 했.. 나의 창작시 2018.04.16
진달래 꽃 진달래 꽃 삼천리금수강산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매년 눈물로 피는 꽃이여! 임진왜란에 전사한 젊은 병사의 선혈과 병자호란에 쓰러진 무명용사의 영혼들이 봄이 오면 산과 골짜기에 붉은 진달래로 다시 핀다. 삼십 육년 강점기와 육이오 때 죽은 넋들이 슬픈 꽃망울을 터트리고 이 땅에 .. 나의 창작시 2018.04.15
피지 못한 꽃 피지 못한 꽃 이른 봄 꽃 망울이 하얀 꿈을 터트릴 때 지난 밤 봄 서리가 고운 그리움을 앗아갔다. 꽃 한 송이 피워내려 아픈 눈물을 삼키며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긴긴 겨울을 견디었다. 피 망울 맺힌 입술을 송곳이로 짓누르며 애틋한 사연들은 명치끝에 감추어두었다. 봄꽃들이 꽃 필 무렵 그리움을 토해내며 닫은 가슴을 활짝 펴고 함성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쓸쓸히 사라져야 하는 못 다 핀 꽃 한 송이 서럽게 흐느낀다. 2018.4.14 나의 창작시 201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