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여정(旅程)

신사/박인걸 2018. 2. 22. 19:49

여정(旅程)

 

가파른 질멧재를 자주 넘어

강바람 휘몰아치는 버덩길을 돌아

돌 강이 흘러내리던 그 길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간두(竿頭)였다.

 

개 짖는 소리도 어렴풋한

드문드문한 초가집 산골 마을은

우람한 백송 뒤에 숨바꼭질하듯 하여

굴뚝 연기가 아니면 숲이었다.

 

겹겹이 둘러싸인 두메산간은

사내아이의 파란 꿈도 깊이 가두어

깊은 밤 별빛만 가슴에 담아

흘러내리는 냇물에 실어 보내곤 했다.

 

쫓기는 마음과 떠미는 마음이

등나무와 칡이 뒤엉키듯 해도

매일 세 네 번씩 스스로 교전(交戰)하며

숙명의 올가미를 벗어버렸다.

 

굵은 가시를 지저 밟으며

외로이 걸어온 여정(旅程)은 험난하나

이제와 그 길을 뒤돌아보니

축복의 땅으로 가는 길이었다.

2018.2.22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좋은 친구  (0) 2018.02.26
산새에게  (0) 2018.02.23
찹쌀떡 사요  (0) 2018.02.20
설날 감정  (0) 2018.02.15
결연한 의지  (0) 2018.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