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程)
가파른 질멧재를 자주 넘어
강바람 휘몰아치는 버덩길을 돌아
돌 강이 흘러내리던 그 길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간두(竿頭)였다.
개 짖는 소리도 어렴풋한
드문드문한 초가집 산골 마을은
우람한 백송 뒤에 숨바꼭질하듯 하여
굴뚝 연기가 아니면 숲이었다.
겹겹이 둘러싸인 두메산간은
사내아이의 파란 꿈도 깊이 가두어
깊은 밤 별빛만 가슴에 담아
흘러내리는 냇물에 실어 보내곤 했다.
쫓기는 마음과 떠미는 마음이
등나무와 칡이 뒤엉키듯 해도
매일 세 네 번씩 스스로 교전(交戰)하며
숙명의 올가미를 벗어버렸다.
굵은 가시를 지저 밟으며
외로이 걸어온 여정(旅程)은 험난하나
이제와 그 길을 뒤돌아보니
축복의 땅으로 가는 길이었다.
2018.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