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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눈 덮인 인제 원대리 비탈에
자작나무들이 늠름하다.
북유럽 종족답게 늘씬한 몸매로
흰 피부를 드러낸 채 찬 바람을 견딘다.
구부러지거나 휘지 않고
대나무처럼 하늘로 뻗으며
잡목들의 접근을 불허한 채
자기들 끼리 모여서서 숲을 이룬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열정으로
자신들의 콜로니를 이루는
어느 신앙공동체만큼 성결하다.
철저한 참회와 뉘우침으로
온갖 가식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새 하얀 마음을 보여주며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서 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도
별빛을 따라 몸을 곧게 세우고
두 손을 쳐든 어느 성인처럼
기도로 밤을 꼬박 새운다.
2018.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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