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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463

그런 세상

그런 세상 짙은 흙냄새 코를 찌르고아침 햇살 받은 앞산이 황금빛 될 때맞은편 산등성에 소나무들일제히 두 손 들고 노래를 부르면숲에서 잠을 깬 새떼는 풍선처럼 날아올랐다. 하늘에는 유리 바다가 흐르고앞 강에는 은빛 물결이 춤을 추며펼쳐진 들녘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화답하던내가 태어난 땅은 에덴의 모퉁이다. 불어오던 바람결은 신의 음성이고마을을 휘감는 아침 안개가 몽환 속에 가두면천사와 겨루어도 더 착한 농부들의소모는 소리가 마을의 고요를 가를 때면산골 마을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자줏빛 감자꽃 일렁일 때우리 누나 얼굴보다 더 곱게 빛나고봄비 온종일 쏟아지던 날에는녹음이 넘쳐 흐르는 바다가 된다. 산비둘기 구성진 노랫소리에강냉이밭 매던 동네 아낙네 서럽고보랏빛 콩꽃이 수줍게 피어오르던 날에꼴찌게 진 아버..

나의 창작시 2025.02.08

운명(運命)

운명(運命) 삼림의 나무를 보면 운명이 보인다.모양은 달라도 흙에서 태어나서로가 뒤엉켜 뿌리 깊이 맞닿았다.일제히 일어섰지만스스로 떠날 수 없는 가혹함에스러지는 그 날까지 한곳에 묶여 산다. 나무라는 이름은 같지만결코, 같은 길을 가지지 않는다.옥토에 자리 잡은 행운목과박토에 뿌리내린 불행 목의 운명모진 비바람에 졸아드는 산등성의 잡목삼림도 똑같은 인간 세상이다. 어떤 나무는 기울어지고또 다른 나무는 속이 썪었다.그러나 그들 모두는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뇌성벽력과 북풍한설에도각각의 고통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바람에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사람도 삼림의 나무들처럼내일의 행불행이 비밀에 싸여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내일 운명은 하늘에 맡기고그 자리에 서서 흔들리며운..

나의 창작시 2025.02.07

추운 날 저녁

추운 날 저녁 문풍지 틈새를 테이프로 막고보일러 온도를 적정에 맞춘 후거실 창가에 홀로 서서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헐벗은 버즘나무 가지가지나가는 차량의 난류에 휘청일 때면그 흔들림이 내 속까지 스며들어삶의 애환을 할퀴고 지나간다.영하의 바람이 머릿결을 잡아당기던 그해 겨울단칸방 월세살이 연탄난로 하나에 의지해세 식구는 수제비 국물로 허기를 달랬다.연탄불 걱정에 밤새 뒤척이던 아내의 그림자가새벽 어스름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손에 쥔 건 낡은 가방 하나가슴엔 막연한 기대와 불안뿐이었고,사다리 없는 현실의 장벽 앞에두 주먹을 쥐었지만, 매일 무너져 내렸다.가슴에 품었던 꿈은 부서져 사라지고긍지와 포부마저 바람에 날려버렸다.내 슬픈 영혼은 싸늘한 바닥에 누워고향산천을 떠올리며 소리 없이 울었다.오늘처럼 ..

나의 창작시 2025.02.06

아침

아침 웅크린 태양이뒷산을 박차고 오를 때보이지 않는 선율이햇빛을 타고 널리 퍼져간다. 해살이 닿는 곳마다생명은 따스함을 머금고 일어서고양지쪽 나뭇가지마다큰 희망을 품은 새순이 움튼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외로움을 견디며 버텨 온 날들오직 한 가지 소망봄을 기다리며 참아 낸 세월 아직 겨울이 머문 들판에는체념한 듯 서 있는 나무들이가여우리만큼 앙상하지만아침 햇살 속에 봄기운이 약동한다. 정녕 겨우내 얼어붙은 가슴이이 아침 봄을 향해 다시 눈을 뜬다.거스를 수 없는 계절의 부름에나는 새 옷을 갈아입으리라.2025,2,5

나의 창작시 2025.02.05

까치 집

까치 집 우리 집 앞 은행 나뭇가지엉켜 짜인 까치 집낡고 삭아 바람불면 덜컹대며 운다.가끔 눈에 띄는 까치 부부눈 오던 날 아침 내내 울었다. 문풍지 길게 울던 겨울 초가집차가운 달빛 문틈 비집고얼어붙은 구들장 저며올 때면홑이불 밤새 떨던 우리 아버지묵은 꿈마저 웅크리고 잠을 설쳤다. 눈발에 축 처져 지친 날갯짓서러운 삶을 바람이 밀쳐도체념한 눈동자는 빛을 잃었고흔들리는 둥지를 바라만 볼 뿐기댈 곳 없이 밤을 지새운다. 이 땅에도 작년처럼 새봄이 오면까치는 새끼 둘 둥지 고치고나뭇잎 우거질 때 새끼를 낳듯기울어진 창가에도 햇살이 들면서럽던 울 아버지 꽃처럼 피었다.2025,2,4

나의 창작시 2025.02.04

입춘(立春)

입춘(立春) 앞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양 볼을 스칠 때봄의 기운을 촉감으로 느끼고복수초 피어나던 시간어느덧 겨울 끝자락에 서 있다. 젊은 날 봄 길 걷던 발자국이제는 깊은 안개 속에 묻히고종달새 노닐던 사이로 젊던 그 시절내 마음 아지랑이 피어오르는데나는 그날로 돌아갈 수 없네. 한 시절 뛰놀던 고향 언덕설강화 피던 뒷 동산 그립구나.소꿉장난 소녀는 추억 속에 묻혀얼굴조차 아련한 기억 속에 잠드니그리운 이름만 입술에 맴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젊은 날의 꿈이 가슴을 적시니곧 피어날 봄꽃들아 내 젊음과 그 시절 아득한 꿈을한 송이 꽃으로 다시 피워다오.2025,2,3

나의 창작시 2025.02.03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기나긴 겨울 눈 쌓인 가슴얼어붙은 세월 속에 서성이는 꿈밤이 깊어도 별이 빛나듯숨죽인 희망은 봄을 기다린다. 매서운 눈보라 뼈마디 스칠 때황량한 들판 지친 눈동자조여드는 아픔에도 움트는 새싹희미한 꿈처럼 속삭인다. 힘겨운 시절 지친 발걸음눈보라 사나워도 나가는 발길오늘의 고통이 밑거름되니겨울이 길다 해도 봄은 온다. 녹아내린 강물 푸른 숨결기다림 끝에 맞이할 찬란한 새벽오늘의 눈물이 빛으로 맺혀그날 아침 꽃이 되어 피어나리.2025,2,2

나의 창작시 2025.02.02

2월

2월 흙내음이 스며드는 아침눈 덮인 들판 위로새벽별이 곱게 녹아내린다.겨울의 마지막 숨결이봄을 기다리는 마음마다조용히 내려앉는다. 얼어붙은 강물은햇살에 부서져 내리고바람이 스치는 가지마다새로운 꿈이 부풀어 오르고작은 새들은 가지 끝에서맑은 노래를 흩뿌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봄의 발자국 소리아직은 기다려야 하지만가슴벅차오르는 약속2월은 아직 차갑지만마음속에는 꽃이 피어난다. 나는 겨우 내내 봄을 기다리며 견디었다.눈부신 햇살 아래세상이 새롭게 시작되는 계절2월은 희망의 문을 열고우리를 기다린다.2025,2,1

나의 창작시 2025.02.01

불면증

불면증 옻칠한 듯한 밤은 산릉선마저 지우고별들은 말없이 숫자를 세고 있다.나는 눈에 수면 안대를 쓰고도 깨어 있고생각은 끝없는 미로를 걷는다. 베개의 오른쪽엔 어제가 눕고다른 한쪽 끝엔 내일과 모래가 웅크린다.밤새워 뒤척이며 만리장성을 쌓고 충혈된 눈동자로 흐릿한 새벽을 바라본다. 깊은 침묵 속에 흐르는 세월의 굴곡밤의 고요함보다 더 큰 외로움늙은 몸은 길게 눕고기억조차 사라지는 듯한 어둠만 나를 덮는다. 내가 잠들지 못한 이유는시간이 나를 따라와서가 아니다.시계의 초침이 날카로워서도 아니다.늙는 병이 밤의 평온을 훔쳐 꿈조차 가로채서다. 마침내 기다리던 새벽이 문을 두드리면나는 잠이 든 척 고개를 돌린다.창문을 뚫고 들어 온 빛이 어둠을 삼킬 때 또다시 흔들리는 하루가 시작된다.2025,1,31

나의 창작시 2025.01.31

지금(只今)

지금(只今) 바람이 내 앞을 지나간다.지금 나는 어디쯤 서 있는가?멈춘 듯 보이는 이 자리에서도내 안의 나침판은 떨고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길은 익숙하고 발자국은 겹쳐지지만돋보기 없이도 깊이 들여다보면달라진 숨결이 나를 깨운다. 저물어 가는 빛을 바라본다.어둠이 내리면 사라질 것들을 떠올리며남아 있는 빛마저 애달파하지만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갈 뿐이다. 귓불에 와 닿는 차가운 온도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름모를 새소리손에 쥐려했던건 모래처럼 흘러내렸고남은 건 가슴에 작은 불빛 하나 나는 나에게 다시 묻는다.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이 한 조각의 시간이 내 전부라면두렵고 흔들린다 해도 가던 길을 가야 한다.2025,1,30

나의 창작시 202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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