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까치 집

신사/박인걸 2025. 2. 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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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치 집
  •  
  • 우리 집 앞 은행 나뭇가지
  • 엉켜 짜인 까치 집
  • 낡고 삭아 바람불면 덜컹대며 운다.
  • 가끔 눈에 띄는 까치 부부
  • 눈 오던 날 아침 내내 울었다.
  •  
  • 문풍지 길게 울던 겨울 초가집
  • 차가운 달빛 문틈 비집고
  • 얼어붙은 구들장 저며올 때면
  • 홑이불 밤새 떨던 우리 아버지
  • 묵은 꿈마저 웅크리고 잠을 설쳤다.
  •  
  • 눈발에 축 처져 지친 날갯짓
  • 서러운 삶을 바람이 밀쳐도
  • 체념한 눈동자는 빛을 잃었고
  • 흔들리는 둥지를 바라만 볼 뿐
  • 기댈 곳 없이 밤을 지새운다.
  •  
  • 이 땅에도 작년처럼 새봄이 오면
  • 까치는 새끼 둘 둥지 고치고
  • 나뭇잎 우거질 때 새끼를 낳듯
  • 기울어진 창가에도 햇살이 들면
  • 서럽던 울 아버지 꽃처럼 피었다.
  • 20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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