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겨울 아침 단상 초겨울 아침의 단상 흰 입김 흐르는 골목길에낡은 단풍잎이 일제히 누웠다.밟고 간 발자국들이밤새 얼음꽃을 틔웠다. 높은 하늘 아래 찬 바람이쉼 없이 낡은 나뭇가지를 흔들면세상은 서글픈 떨림으로자신을 증명하듯 조용하다. 길섶의 국화 잎에 맺힌 서리는지나간 계절의 숨결 같아손끝 닿기도 전에 사라지는덧없음이여 아름다움이여! 햇살은 부드럽게 땅을 감싸고기억의 작은 틈새를 비춘다.잠시 멈춰선 이 순간에도삶은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2024,11,25 나의 창작시 2024.11.25
고향 언덕으로 오라. 고향 언덕으로 오라 자작나무 줄기마다 새겨진어릴 적 내 동무 이름들햇살 틈으로 흐르는 바람이아름드리 소나무 가지 흔들며 속삭인다.그곳에 남겨둔 기억들이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다. 푸른 들판은 끝없이 펼쳐지고걸음을 멈춰도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구름은 언제나 낮게 흐르고아지랑이 위로 자유의 향기는 넘실댄다.네 마음이 닿을 때 걸을 수 있는우리의 탯줄이 묻힌 곳이다. 맑은 냇물은 아직도 쉼 없이 흐르고조약돌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밝은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밭우리의 이야기는 은빛으로 빛난다.그 속에 담긴 우리의 맑은 웃음이꿈속에 귀를 간지럽힌다. 마을 언덕 위 햇볕은 포근하여눈을 감으면 품 안에 머무는 듯그리움은 골짜기마다 고이고천천히 채워지는 온기는삶에 찌든 너를 넓은 가슴으로아무 말 없이 받아줄 수 .. 나의 창작시 2024.11.22
나그네 독백 나그네 독백 시간은 저문 햇살을 뒤로 감추고흘러가는 강물 위에 달이 뜨네.추풍 낙엽처럼 사라지는 순간들그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머나 먼 길 걸어온 발자국어느새 거친 바람결에 지워지니얼굴도 이름도 기억되지 않는한낱 잊힌 나그네가 되리라.삶이라 불렸던 무대 위에서주제가 같은 연극은 반복되지만배우는 바뀌고 허무를 노래하니그림자는 어둡고 막은 내리네.하지만 이 여정 끝에서작은 별똥별 하나 지나가듯아름다웠던 순간을 가슴에 품고나는 깊은 수면에 들리라.2024,11,21 나의 창작시 2024.11.21
유령개미 유령개미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깨어나,귀신처럼 움직이는 작은 존재들.바람벽 틈새를 기어 다니고,침묵 속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바닥과 천정을 누비며 길을 내고,테이블 위, 벽 너머를 자유롭게 넘나든다.한 톨의 빵 부스러기라도 발견되면,그곳은 곧 개미의 연회장이 된다. 아무 때나, 어디에서든 모습을 드러내고,낮에도 밤에도 꺼내는 그들의 춤 사위사라졌다 나타나는 유령 같은 걸음이눈길을 피해 바삐 이어져 간다. 먼지 같아 얕보였던 그 작은 개미 떼그러나 그들의 세계는 끝없이 깊다.바퀴벌레보다 더 지겹고 끈질 긴작지만 거대한 생존의 행렬이다.2024,11,20 나의 창작시 2024.11.20
낯선 여로 낯선 여로 방향 모를 길 위에 서면바람이 먼저 길동무가 되어낯선 풀꽃의 속삭임을 듣는다.나침판은 어디선가 잃어버렸어도발끝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길이 열린다. 비우지 못한 마음이 가득한좁은 골목과 담벼락 위로알 수 없는 이름의 그늘이 춤춘다.누군가의 기억속에 걷는 발걸음나는 타인의 풍경 속에 젖는다. 대륙을 넘어 온 이방인의 웃음이낯선 거리에서 녹아들고해질 녘 붉은 노을의 풍경이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떠나는 중이라고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말을 건넨다. 갈 길은 아직 까마득한데두려움과 호기심은 엇갈린 선율이 되고익숙하지 않은 오늘이 불안하지만끝이란 곧 다른 시작임을 알기에나는 낯선 여로를 오히려 즐긴다.2024,11,19 나의 창작시 2024.11.19
지는 낙엽 지는 낙엽 바람 속으로 스며드는 저 얇은 빛을 보라.정든 자리를 떠나는 마지막 몸짓을 곧 닥칠 자신의 이별을 아는 듯남은 잎들이 차갑게 지켜본다. 한때는 하늘 아래 푸르던 세월흙에 닿기까지는 긴 여정은 없으니지금은 사라짐을 향해생의 무게를 가볍게 내려놓는다. 무성한 계절을 지나온 발자취누군가의 눈길 한 번 받지 못했어도아무 말 없이 고요 속으로 사라지는이 순간이 너무나 찬란하다. 한 생애가 길든 짧든결국은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지는 낙엽의 울림은 잠잠하지만그 속에 담긴 시간은 깊고도 오래다.2024,11,15 나의 창작시 2024.11.15
꽃 없는 계절 꽃 없는 계절 회색빛 도시의 저녁그토록 붉던 노을도 빛을 잃고무표정한 얼굴의 빠른 발걸음서로를 스치듯 지나간다.눈길 주지 않는 사람들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하나같이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고독을 숨기며 살아간다.꽃이 모두 사라진 계절잃어버린 향기처럼어디론가 뿌리내리지 못하고빈 마음으로 뒤를 돌아볼 뿐이다.그러나 언젠가는 꽃이 피듯삭막한 가슴에도 빛이 비취리니삶 속의 작은 틈새로또다시 사랑을 피워내리라.2024,11,14 나의 창작시 2024.11.14
가을 밤 정취 가을 밤 정취 고요 속에 깃든 침묵달빛 은은히 세상을 덮고아득한 어두움 가로질러오동잎 지는 소리 서글프다. 저만치 흐르는 개울물 소리깊은 밤 침묵을 깨고 흩어지니떨어진 낙엽 떠내려가듯삶도 그렇게 흘러가네. 풀벌레 노래 종적을 감추고정적 속에 홀로 남은 이 마음삶의 무게를 벗은 자유로움인생은 쉼 없는 여정임을 깨닫네. 가을은 모두 내려앉는 계절달빛 속에 지워지는 내 모습흘러가는 한점 시간이 되어소멸의 아름다움을 배우네.2024,11,13 나의 창작시 2024.11.13
늦가을의 탄식 늦가을의 탄식 남은 몇 조각 잎사귀 바람에 나부끼는조용히 저무는 숲길 끝자락에서굵게 주름진 손길로지나간 날들을 어루만질 때한 줌 그리움은 스러져가네. 길잃은 바람은 서성이다가마침내 가랑잎 속으로 스며들고남겨진 자리에는 아쉬움만 남아지는 석양의 슬픔 속에지난여름의 기억은 저물어가네. 바람이 속삭이던 저 너머로늦가을 향기가 아프게 다가와죽정이마져 사라진 빈가지닿지 못한 숱한 꿈들이짙은 어둠 속에 묻혀 버리네. 다시는 오지 않을 그림자 속에떨어진 낙엽의 서글픈 발자취텅 빈 가지 끝에 맴도는 정적은백발 인생의 저물녘처럼또 하나의 깊은 한숨으로 스며드네.2024,11,12 나의 창작시 2024.11.12
기러기의 정체 기러기의 정체 길 없는 하늘에브이 자로 떠 있는 검은 그림자바람에 흔들리는 날개 끝엔잊힌 이름들로 가득 찬이별로 채색된 삶의 슬픈 노래여 한 시절 따스했던 둥지의 기억조차이제는 바람 속에 사라지고철새라 불리는 운명을 짊어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 몸짓머무름 없는 시간의 강을 건너네. 어디로 가든지 그 끝은 같으니잠시 머무는 들녘조차 낯설어라.스쳐 가는 땅 위의 흔적은누구를 위한 날갯짓인가허공에 흩어지는 티끌 같을 뿐이네. 석양에 소멸하는 날갯짓 사이로서글픈 여운만이 허공에 퍼지네.기러기들의 가여운 여정은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으니이 길 위에서 비로소 자신을 찾네.2024,11,11 나의 창작시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