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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451

비는 내리고

비는 내리고 어머니 눈물처럼 비는 내리고보릿고개 가파른 언덕을 슬프게 적시네.낡은 헝겊 덧댄 저고리 위로고단한 삶이 스며들고어머니 한숨처럼 비를 삼키네. 댓돌에 검정 고무신 적시며온종일 비는 내리고가난을 못 이겨 도시로 떠난 빈집무너진 담벼락 사이로길잃은 바람이 처량하게 울고어머니는 뜨물같이 하루를 넘기네. 배곯은 아이 품에 안은 어머니 한숨 소리처럼 비는 내리고젖은 장작 타는 매운 눈물가마솥에 끓이시며말없이 배고픈 밤을 지새우던 어머니 속절없이 비는 이틀째 내리고바래진 손마디로 하늘을 쓰다듬으며애들 생각해서 이를 악물며한 줌 가루를 풀 범벅에 섞어손끝에 남은 시래기 내음 창가에 털어내시던울 어머니 눈물처럼 비가 내린다.2025,3,2

나의 창작시 2025.03.02

인간의 목숨

인간의 목숨 바람 앞에 등불처럼 가물대면서도꺼지지 않고 질기게 타오르는 불꽃모래성처럼 부서져도 다시 엮이는 실타래무너진 폐허에서 다시 움트는 잡초 불확실한 내일을 걷는 여정빛과 어둠이 함께 뒤엉켜 흔들리는 갈림길운명은 파도처럼 춤추고생의 무수한 질문에도 침묵뿐이다. 아름답게 피고 지는 꽃처럼한순간 찬란하지만 덧없는 향기손 뻗어 잡으려 하면 스러지고끝내 바람 속에 흩날린다. 주름 깊은 두 손 모아 외쳐 보지만대답 없는 메아리로 되돌아오고냉혹한 현실은 언제나 살벌한 진실을 눈앞에 세운다. 그럼에도 한 조각 목숨은 몸부림치며탈출구를 향해 포복하고그 끝에는 무엇이 있든지결국은 하나님의 품에 안긴다.2025,3,1

나의 창작시 2025.03.01

봄이 오겠지

봄이 오겠지 그곳에도 지금쯤 봄이 오려나.애강나무 날 기다리는 고향 언덕겨우내 눈보라 휘몰아치는 갓바위 터에노랑나비 봄소식 입에 물고 날아오려나. 갯버들 황록색 고운 꽃가루귀룽나무 연록빛 이파리 돋아나고버들피리 소리 냇가에 울려 퍼지던고향마을 꽃다지꽃 피어나려나.  윗벼랑 가파른 봇도랑에는굽이굽이 봇물이 첫길을 내고생강나무 샛노란 꽃망울 적시며봄비는 잠든 대지를 깨우고 있으려나. 고향 집 떠나온 지 어언 반세기그립고 또 그리워 사무치는 곳경칩이면 웅덩이 개구리 울던바람에도 향기 서린 땅에 봄이 오겠지.2025,2,27

나의 창작시 2025.02.27

빗소리

빗소리 창가에 스미는 빗방울 소리고요한 가슴 적시며 은은히 퍼진다.희미한 추억 속 잠든 그리움이물결처럼 흔들려 잠을 뒤척인다. 가로등 흐린 불빛 아래젖어가는 거리는 깊이 잠들고비에 묻힌 목소리처럼 아련히소녀와 걷던 발자국 소리 들린다. 한때 내 손을 감싸던 따스한 온기지금은 차가운 유리창 너머 그림자로낙숫물 속삭임처럼 사그라지는 시간덧없이 멀어지는 흔적을 바라본다. 밤은 깊어도 비는 멎지 않고잠든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차오르는 그리움을 감당할 길 없어빗속을 헤매며 밤길을 걷는다.2025.,2,26

나의 창작시 2025.02.26

잦 나무

잦나무 학동 시절 심었던 교정의 잦나무동풍(凍風)에 움츠러들던 작은 몸짓이이제는 하늘을 가르고 우뚝 서서말없이 세월을 증언한다.떠난 지 오래된 배움 터잊고 지낸 아주 작은 존재였건만,어느덧 늠름한 거목이 되어박토(薄土) 위에 뿌리를 굳게 내렸다.흙을 움켜쥐며 자란 나무처럼나는 어디에 뿌리를 두었을까.풍상을 견디며 쓰러지지 않은 잦나무삶의 고귀함을 웅변 한다.잎새마다 새벽이 스며들고가지마다 새들이 머문다.세월을 딛고 서서 기다린 날들이기상과 품위로 크게 빛난다.2025,2,25

나의 창작시 2025.02.25

이름 없는 배

이름 없는 배 내 인생은 이름없는 한 척의 배파도에 떠밀려 나침판은 고장났고방향을 알 수 없는 무한한 표박찬란한 시절을 풍랑과 싸우고새파란 젊음은 밤바다를 떠돌았다. 부러진 돛과 깨진 고물에 길을 잃고밤낮으로 흔들리며 두려워했다.항구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여아득한 수평선은 마냥 두렵고흔들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간절한 소망을 하늘에 담아야 했다.암초를 넘으면 태풍이 기다리고태풍을 넘으며 조수가 부풀어 올랐다. 망망대해에서 여러 번 낙담했고꿈꾸던 섬들은 멀리 도망쳤다.칠흑 같은 밤에 북두칠성마저 사라졌고쫓기는 마음과 지친 몸은삶의 소망을 깊은 바다에 던져야 했다. 아득한 기항지를 가슴에 담았지만검푸른 파도에 산산히 부셔졌고낡은 갑판마져 파도에 찢겨조각난 널판을 부여잡고 표류할 때불빛 하나 없는 절망의 순간에나..

나의 창작시 2025.02.24

잃어버린 집

잃어버린 집 햇빛은 온종일 지붕 위에 놀고바람이 자주 쉬어가던 마당미루나무 아래 멍석을 깔고강아지 코 골던 마루이제는 아련한 기억 속에 떠돈다. 논두렁 따라 흐르던 봇물흙냄새 묻은 맨발의 농부들밥 짓는 저녁연기 피어나던 굴뚝새들도 저녁녘 찾아들던 처마낡은 사진 속에 표지처럼 바랬다. 마천루 빌딩이 찬란한 도시총알처럼 빠르게 왕래하는 거리흙냄새 하나 없는 보도를 밟으며그리움조차 스며들 틈 없는 땅에서잃어버린 옛집을 마음에 그린다. 달려가면 하룻길이지만잃어버린 그 집은 멀리 더 멀리이 세상 어디에 없는그리움 속에서만 맴도는 집꿈속에 가끔 찾아가는 집 일곱 살까지 내 살던 그 마당에한 번만이라도 서성이고 싶다.2025,2,21

나의 창작시 2025.02.21

잿버덩 길

잿버덩 길 잿버덩 길 걷고 걸어 십리 길발 먼지 풀풀 이는 지루한 여정끝없이 이어지는 나른한 걸음지친 바람 머무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외로운 들녘 저물어 가는 하늘따라오던 그림자도 지쳐 스러지고민가 하나 없는 벌판에바람만 외롭게 내 등을 쓰다듬었다.  아무도 오가는 이 하나 없는나 홀로 쓸쓸히 걸어야 하는 길지평선 달빛은 아직 멀기만 하고 발자국 소리만 메아리쳐 돌아왔다. 꽃 향기 일찍이 사라져벌나비마져 어디론가 종적을감춘 길나 홀로 서럽고 또 서러워저절로 눈물이 눈가에 맺힌다.2025,2,20

나의 창작시 2025.02.20

돌 배나무

돌 배나무 내 소년 시절 안뜰에늙은 돌배나무 한 그루사계절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붉은 진액을 빨아먹었다. 봄이면 흰 나비 떼 같은 꽃잎이여름이면 수만 개 푸른 잎들이가을이면 고드랫돌 같은 돌배가나무 속살까지 갉아 먹고겨울이면 돌배나무는 알몸이 된다. 비바람 휘몰아치던 밤에도한겨울 흰 눈이 쌓이던 밤에도그저 묵묵히 서 있을 뿐늠름한 자세로 햇살에 빛났다. 세월이 지난 어느 날바람에 난타당한 가지는 주저앉고추위에 찔린 가지는 말라가며벌레에 갉힌 밑동은 패이고계절을 잃어버린 나무는 스러졌다. 그토록 강인하던 의지도서서히 시간에 깎여만 갔다.내어 주기만 하고 채우지 못한 나무는내 아버지처럼 그렇게 무너졌다.그리고 봄이 와도 다시 피지 않았다.2025,2,20

나의 창작시 2025.02.19

삶에 대한 고백

삶에 대한 고백 산다는 것은 덧없는 일이요,한 줌 흙으로 사라지니 슬플뿐이다.배운다는 일은 피곤하고깨달음과 성취감조차 공허하다.사랑은 자주 흔들리고환희가 되었다가 상처가 반복된다.어떤 인연은 아픔이 되고,어떤 만남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아침은 오지만 여전히 밤이 돌아오는이 운명의 고리를 누가 끊으랴.나무도 늙으면 주저앉고바위도 낡으면 드러눕는다.강물은 흘러가고 되돌아오지 않듯인생도 한 번 가면 소식조차 막연하다.삶이란 항상 불안정하고인간 존재는 허무하기만 하니희망과 사랑을 찾으려는 노력마져 가련하다.아! 삶이란 이렇게 괴로운 노래로구나.2025,2,17

나의 창작시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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