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309

두려움에 대하여

두려움에 대하여 함락하는 성벽 앞에서혼자만이 칼을 쥔 용사처럼우리는 때로 두려움 속에 서 있다.하지만 두려움은 비겁이 아니다.절망의 깊은 밤을 건너기 위한 방패다. 위험은 칼날이 아니라 그림자다.성급히 내딛는 발걸음은 절벽으로 이끌고침묵 속에서 숨죽이며곳 닥칠 폭풍우를 기다리는 자만이 그 어두움을 뚫고간다. 실패는 패배가 아니다.넘어진 자리에서 고통을 배워다시 일어설 힘을 길러내고고난을 대비하는 맹수의 눈빛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자가 보물을 얻는다. 전쟁은 적과 싸우는 일이 아니라내 안에 혼란과 싸우는 일이다.두려움은 내 손에 무기를 쥐여주고비겁한 도망이 아닌 전략을 가르치며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능력이다. 고난의 벼랑 끝에서 길을 찾아절망의 폭풍을 헤쳐나가는 자는두려움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자기를 지켜주는..

나의 창작시 2024.08.15

해변의 서사

해변의 서사 바닷물결 위로 미끄러진 시간들손끝에 닿는 소금기 어린 파도가늦여름 열기에 끓어오르는 순간수평선을 바라보면 희미한 그녀의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실려 와 가슴에 닿는다.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얀 백사장듬성듬성 붉게 피어난 해당화 꽃잎이연인의 발자국 따라 흩어지며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섬 너머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부른다.원의 궤적을 그리는 무수한 갈매기 떼파란 하늘을 지나는 구름 한 점의 그림자그리움은 맨 끝에 있는 섬에 닿아잔잔한 바다를 따라 흘러가는 기억이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으로 사라진다.너와 함께 손잡고 걸었던 그 길엷은 파도가 밀려오면 지워지는 발자국처럼우리의 사랑도 바닷바람 사이로 흩어져지금 남는 것은 오직 그리움뿐그래서 다시 해변을 찾아 나선다.바다 저편에 있는 섬은아직도 우리를 기..

나의 창작시 2024.08.14

접시꽃 아내

접시꽃 아내 내 마음 정원에 핀 접시꽃 잎에아내의 미소가 빛나고작은 바람결에 꽃 잎 살랑대며은은히 웃음지어 보일 때붉은 꽃잎에 박힌 이름꽃송이의 속삭임은 따뜻하여그리움의 향기가 내 마음을 감싸네. 한여름 폭염(暴炎)에 아래지친 꽃잎 축 늘어졌어도그 붉고 흰 빛깔 속에서 아내의 의지는 지치지 않네.수채화보다 더 아름답게 그려진당신과 나의 지난날 이야기들꽃송이에 스며든 당신의 손길이꽃향기와 함께 내 가슴에 남아있네. 나뭇잎 하나둘 떨어지고매미 울음도 서서지 잦아드는 계절울타리 아래 그 빛 잃지 않는 접시꽃처럼우리의 사랑은 여전하다네.바람에 흔들리는 꽃줄기처럼때론 아픔을 토할 때가 있지만아내가 내 곁에 있기만 하면모든 괴롬이 구름처럼 사라지네. 늦여름 길목에 서서촘촘이 피어난 접시꽃 바라보며다시 한 번 내 아..

나의 창작시 2024.08.13

반딧불이

반딧불이 한여름 저녁 시골 냇가에물봉숭아꽃 은은히 피어나는 그 자리갈대 서걱이며 조용히 흔들릴 때반딧불이 깜빡이며 노닐던 밤짙은 어둠 속에 옛동무 얼굴 떠오르네. 그리운 동무 얼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가슴 속에 맺혀 있어밤하늘 별처럼 은은히 떠오르고은하수 저 너머로 흐르는 냇물 소리그 안에 숨겨진 수많은 추억이 속삭이네. 초가지붕 위에 익던 박꽃 향기저녁 바람 타고 흩어질 때면소곤대던 옛 동무 목소리 박꽃 향기에 실려 귓가에 울리고반딧불이는 그리운 이름 부르며 노니네.  밤별처럼 흩어지는 추억의 조각들반딧불이처럼 깜빡이며은하수처럼 어디론가 흘러가고그리움은 박꽃이 피어나는 그 자리에아침이 와도 여전히 빛나겠지. 해마다 여름이 찾아오면솔잎 스치고 다가온 바람이옛 동무 손길처럼 다가와 반딧불이 불빛보다 더 선..

나의 창작시 2024.08.12

곤드레 밥집

곤드레 밥집 여월동 곤드레 밥집에 가면과거의 아련함에 가슴이 뭉클하다.가난이 묻어나던 계절보릿고개 넘어 숨죽인 밥상어머니 한숨이 배어든 나물 냄새 흙과 바람 눈물로 짓던 밥상고난의 강을 건너던 戰亂 후의 삶굶주림에 시달리며 새우잠을 자던 형제곤드레나물에 담긴 희망곡식알을 골라 먹으며 견딘 꿈 허기진 몸으로 퀭한 눈빛으로고단한 하루의 삶이었지만어머니의 손끝에서 피어난 밥상삶이 아니라 견디던 때의 눈물그래도 위로가 되던 나물 밥  오로지 먹을 것을 찾아풀잎, 나뭇잎, 송사리, 가재 잡기눈물을 섞어 쑨 죽으로 때우던 한 끼허기진 뱃가죽이 등에 붙을 때면한숨으로 채워진 기나긴 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어머니 눈빛에 서려 있던 애처로움곤드레 한 잎에 담긴 우리 가족 이야기나는 왜 오늘도 곤드레 집을 찾는지,맛..

나의 창작시 2024.08.12

가을 비 내리는 날

가을비 내리는 날 가을비 빗금 치며 내릴 때숫한 추억이 책갈피에서 흘러나와엉클어진 퍼즐속을 헤맨다.한 여름의 온기가 머물던 자리에는차가운 빗물만 채워지고달아오른 감정은 조용히 식어간다. 갈갈이 찢어진 나뭇잎들누렇게 퇴색하는 그날의 풍경은잃어버린 시간 속에 남은한 줌의 기억까지이제는 바람소리에 떠밀려어디론가 멀리 사라져 버렸다. 가을비는 밀어처럼 속삭이며흘러간 날들을 적셔간다.희로애락의 모든 기억들이회색 구름처럼 흐려져 가는 이 순간우리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기억에서 지워져 간다. 쓸쓸함은 낙숫물 소리에 묻혀더욱 가슴을 파고들고어떤 고독은 마음 밑변에 내려앉아사라져 가는 계절을 품에 안는다.빗물에 아른거리는막연한 그리움의 그림자는사라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가을비는 온종일 그치지 않고늙어가는 이파리를 적..

나의 창작시 2024.08.10

귀뚜라미의 노래

귀뚜라미의 노래 가을 바람에 실려오는귀뚜라미 노래가 애잔하고스러져가는 배롱나무 꽃 잎 사이로붉은 노을이 아픔을 토할 때저무는 그림자 서글픔을 자아내네. 떠나가는 여름의 마지막 인사로가늘게 부르는 한 조각 가련함에잃어버린 무엇을 생각나게 하는순간의 애잔함이 가슴을 울릴 때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네. 어느 풀잎에 숨어 작은 몸짓으로 울음을 토해내며무상한 삶을 가사없이 읊조릴 때면길손의 가슴에 징을 울려삶의 깨달음을 다시 불러올리네. 멈추지 않는 지루함으로어떤 슬픔을 실어 들녘을 울리고서로를 잃어가는 계절의 아쉬움을스러져가는 불빛처럼가을 나그네의 가슴을 파고드네. 꽃도 지고 잎도지고 남는 것은 한 줄기 잿빛 기억이 될계절의 허무함과 삶의 무정함을 느낌으로 아는 귀뚜라미는어느 예언가처럼 삶의 끝을 준비하라 하네..

나의 창작시 2024.08.09

한 맺힌 금메달

한 맺힌 금메달 조국 전쟁 마당에 피어난마후치크의 꿈은 높이 높이 날아조국의 하늘 2m를 넘어금빛 희망을 다시 빛나게 하였노라. 드니프로의 땅 전선엔 포화가 가득하고그리운 고향은 지척인데이방 땅을 떠돌며 땀과 눈물을 쏟은 날들독일 벨기에 폴란드 포르투갈 전쟁에 빼앗긴 500명의 영혼총탄의 비명에 고이 잠든 선수들한 줌 흙으로 변한 그들의 무덤 앞에금빛 메달만이 8월 햇살에 반짝이노라. 37년의 두꺼운 벽을 깨트리고2m 10cm의 세계 기록을 경신할 때마후치크는 인간 새가 되어크스타디노바의 전설을 넘어섰노라. 조국에 바치는 두 번째 금빛 영광펜싱 첫 금메달 하를란의 칼날 속에조국을 위한 투혼 높이뛰기의 비상전쟁의 폐허에서도 승리의 꽃은 피었노라. 러시아 침략 고통의 세월전쟁의 참혹함 국민의 눈물하지만, 인..

나의 창작시 2024.08.07

고독의 깊이

고독의 깊이 고령(高齡)의 나무가 버티는 숲은 두렵다.노인은 잎이 저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삶의 고독이 깊어짐을 느낀다.서리 내린 길가에 남은 흔적들그 속엔 내 삶의 편린들이 널려있다.도시는 익명의 고립이 장막처럼 눈앞을 가리우고그토록 가까웠던 얼굴들이 하나둘 먼 별처럼 희미해진다.일감이 떠난 노령의 빈곤은바람에 날리는 낡은 신문지처럼한없이 가벼워지고깊어지는 주름살 노인의 연민은젊은 날의 희망을 삼킨다.시간의 무상함 속에서과거의 고운 추억은 시들어가고,각가지 질병은 마음의 노래를 뺏어간다.점점 늘어나는 약봉지를 열 때마다한 줌의 시간은 손끝에서 흘러내리고요양원으로 떠난 사람과요단강을 건넌 사람들의 이름이잔잔한 물결처럼 퍼져갈 때나는 그 물결 속에 깊이 잠긴다.고독의 깊이는 끝없는 바다와 같아서그 속에 던..

나의 창작시 2024.08.05

메밀꽃

메밀꽃 메밀꽃 하얗게 피어나흰 눈처럼 고요히 내려앉은 비탈밭향기로운 바람이 지나가면지난날의 그리움 새록새록 피어나네.아주 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선명한 그리움그리운 사람 미소 닮은고운 꽃잎 하나하나가 반짝이고밤하늘 별빛처럼 빛나며고요한 마음에 은은히 파고드네.그리움 가득 젖어 든 마음하얀 꽃길 따라 마냥 걷다 보면발걸음 걸음마다소중한 추억이 발끝에 맺히며잔잔한 미소로 꽃향기 스며드네.저녁녘 햇살 같던 너의 눈빛그리운 기억 속에 피어난 꽃메밀꽃 흐드러지게 핀 밭둑에서함께했던 기억이 살며시 떠올라이별의 아픔도 희미하게 사라져가네.또다시 여름이 오면메밀꽃 여전히 하얗게 피어나리그리운 사람 기억을 안고순수한 마음 그대로하얀 메밀꽃처럼 영원히 피어나리.2024,8,4

나의 창작시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