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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보며
비바람이 휩쓸고 간 나무마다
달라붙었던 잎들을 몽땅 털어버렸다.
가지들은 비록 앙상해도
나무는 승리한 장수처럼 우람하다.
길거리에 흐트러진 나뭇잎들과
바람에 뒹구는 빛바랜 조각들은
녹색식물의 물질대사와 동화작용의
그 치열했던 싸움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의무로 징집된 병사들의
전쟁터에서 널브러진 시체들처럼
아무렇게나 버려진 낙엽에서 비애를 본다.
언제나 졸(卒)과 병(兵)은 버림받고
장(將)과 군(君)은 영웅이 된다.
헤밍웨이의 전쟁실화가
늦가을 길거리에서 재현된다.
한 시절의 새파란 꿈을 도둑맞은
낙엽지는 길거리는 마냥 어지럽다.
누가 낙엽을 아름답다 했던가
전사한 학도병처럼 가여울 뿐이다.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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