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낙엽을 보며

신사/박인걸 2021. 11. 11. 21:11

낙엽을 보며

 

비바람이 휩쓸고 간 나무마다

달라붙었던 잎들을 몽땅 털어버렸다.

가지들은 비록 앙상해도

나무는 승리한 장수처럼 우람하다.

길거리에 흐트러진 나뭇잎들과

바람에 뒹구는 빛바랜 조각들은

녹색식물의 물질대사와 동화작용의

그 치열했던 싸움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의무로 징집된 병사들의

전쟁터에서 널브러진 시체들처럼

아무렇게나 버려진 낙엽에서 비애를 본다.

언제나 졸(卒)과 병(兵)은 버림받고

장(將)과 군(君)은 영웅이 된다.

헤밍웨이의 전쟁실화가

늦가을 길거리에서 재현된다.

한 시절의 새파란 꿈을 도둑맞은

낙엽지는 길거리는 마냥 어지럽다.

누가 낙엽을 아름답다 했던가

전사한 학도병처럼 가여울 뿐이다.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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