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도시의 늦가을

신사/박인걸 2021. 11. 16. 22:09

도시의 늦가을

 

저녁노을이 빌딩 벽면에 길게 드리우고

국적 불명의 나뭇잎들이 이국땅에 눕는다.

곧 찾아올 어둠을 의식하며

내 발자국은 버석대는 낙엽을 밟으며 빨리 걷는다.

예리한 눈동자들이 살피며 간 거리에는

뛰어내린 고독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도시가 뱉어내는 허영은 길거리에 어지럽다.

마스크로 틀어막은 두려움은

바람에 쓸린 낙엽처럼 쌓여만 가고

두려움이 빼앗아간 두 번의 붉은 가을이

줄에 묶인 채 나를 따라온다.

이미 어두움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쫓기고

누가 스위츠를 올렸는지 가로등이 핀다.

목도리를 겹겹이 두른 후두(喉頭)에

찬 바람이 달려와 몸을 숨기고

아무 그리움도 없이 나는 늦가을을 생각한다.

내 의식 속에는 낭만도 감수성도 사라졌다.

박명(薄明)의 빛을 밟으며 총총히 걸어

새들처럼 안식처를 찾는 일이다.

그곳이 비록 멀리 떨어진 벽경(僻境)이라도

겨울이 오기 전에 밝혀내야 한다.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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