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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375

그때 성탄절

그때 그 성탄절 삭풍(朔風)은 눈보라를 일으키며 함부로 마을을 휘젓고 언 강은 누가 그리운지 밤마다 길게 울었지만 시골교회 마당에는 아이들이 재잘댔다. 생소나무 몇 그루 참수하여 예배당 어귀에 세워놓고 엉성하게 엮은 색종이 사슬에 은빛 별들이 햇빛에 반짝였다. 목이 터지라 외치는 아이들 새벽 송은 불협화음에 입술이 얼어도 십리 길도 마다않던 않던 새벽 발걸음은 어떤 예배보다 더 거룩했다. 허름한 옷을 입은 맑은 눈의 아이들이 별을 따라간 동방박사들처럼 집집이 방문하며 부른 축복 송은 베들레헴에 내려왔던 천사들의 노래였다. 지금은 한낱 가슴에 메아리로 남아 성탄절이면 쓸쓸히 맴돌다 사라지지만 그 시절 부르던 아이들 노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하늘나라 노래였다. 2021.12.24

나의 창작시 2021.12.24

2021 크리스마스

2021년 크리스마스 코로나는 점점 세력을 강화하고 픽픽 스러진 사람들은 은하수가 있는 길을 간다. 난리 소문보다 더 무서운 확진자뉴스는 연일 문자 메시지로 신경을 건드린다. 하늘은 눈 한 움큼도 인색하여 메마른 가지들은 오돌오돌 떨고 캘롤 한 곡 울려퍼지지 않는 거리에는 철 늦은 낙엽만 쓸쓸하게 뒹군다. 참으로 암담한 세상 별이 빛나지 않는 밤 하늘 가난한 이들의 한숨은 하늘을 찌른다. 기약없는 코로나와의 전쟁 싫어도 뒤집어써야 하는 마스크 겁먹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죄없는 눈동자들만 애처롭다. 하늘에는 호소 땅에는 눈물 밤보다 더 어두운 내일을 가로막는 좌절 체념과 실망이 일상이 된 거리에 성탄의 불빛은 파랗게 얼어붙었다. 절망의 땅에 찾아오셨던 아기 예수님 원죄(原罪)만큼 잔인한 코로나 19에서 우리..

나의 창작시 2021.12.23

어느 바닷가

어느 바닷가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나 혼자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다. 떠돌이 갈매기들은 하늘을 배회하고 바닷바람은 비릿한 냄새를 실어와도 파도가 하얗게 밀려드는 저녁녘 수평선 노을에 내 마음을 담그고 싶다. 바다 빛 어둠이 파도 위에 펼쳐지고 외딴 섬에는 등댓불이 깜빡이면 잦게 울던 고동 소리도 사라진 텅 빈 해변의 쓸쓸함에 묻혀보고 싶다. 복잡한 인간관계의 문명병을 앓으며 머리끝까지 차오른 스트레스를 출렁대는 바닷가에 홀로 서서 가슴을 훌렁 뒤집어 털어버리고 싶다. 내가 나를 옭아맨 올가미에 끌려 자유를 잃고 끝없이 헤매던 낡은 끈을 끊어 바다 한가운데 던져버리고 나는 한 마리 갈매기가 되고 싶다. 2021.12.13

나의 창작시 2021.12.13

연말의 기도

연말의 기도 나유타의 궤적은 불가사이지만 나의 시간은 내게 할당된 분복(分福)입니다. 입춘과 대한의 궤적을 따라 돌며 동지(冬至)를 밟고 처음 자리로 옮깁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쫓기는 두려운 거리에서 일상의 반란을 꿈꿀 여유조차 없는 한해였습니다. 어쩌면 도살장으로 팔려간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목장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한우나 발가벗긴 채 포장될 양계장의 닭들이 내일을 모르기에 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예측과 경험을 산출해내는 인간의 능력이 집단공포의 포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백신을 사정없이 주사하고 촘촘히 엮은 마스크로 호흡기를 틀어 막아도 숨 막히는 불안과 근심은 먹이를 찾지 못한 겨울새보다 더합니다. 주여!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앰뷸런스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지 않고 확진자 통계가 송달되지..

나의 창작시 2021.12.11

눈에 대한 단상

눈에 대한 단상 잔뜩 흐린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날이면 우울한 그때 기억이 소환(召喚)된다. 바람이 후퇴한 마을에는 이어서 화산처럼 흰 눈이 쏟아지고 아무런 대책 없이 서 있던 잡목(雜木)들은 체념한 채 순장(殉葬)된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산새들은 집 없는 하늘을 배회하다. 슬픈 노래마저 잃어버린 채로 초가집 처마 밑에 몸을 숨겼다. 마을이 설국(雪國)이 되는 날이면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슬픈 사랑의 노래는 눈꽃처럼 피었다지만 추위에 헐벗었던 우리의 그 시절은 한 문장으로 표현할 언어가 없다. 작은 꿈마저 앗아간 핍절한 삶은 눈에 묻힌 나무들처럼 고개를 숙이고 새봄이 오는 그날까지 움츠린 채로 체념해야 했다. 하얀 눈을 이고 서서 떨고 있는 나무처럼 짓눌려 주눅 들었던 우리는 오늘같은 날에는 가슴언저리가 ..

나의 창작시 2021.12.10

의식(意識)의 도주

의식(意識)의 도주 방향을 잃은 바람이 아무 데나 부딪치고 길가 수양버들이 말 갈퀴처럼 나부낀다. 겨울 노을은 보랏빛으로 스러지고 맨발의 까치들 눈빛이 슬프다. 끝까지 버티던 잡초들은 맥없이 쓰러지고 강제로 탈의당한 나무들은 애처롭다. 바람은 귓불을 숫돌에 문지르고 수운주는 가슴을 얼음조각으로 채운다. 오늘의 일은 데자뷔가 아니다. 의식(意識)에 기대어 대상을 추상하는 마음이 두려웠던 날을 여지없이 불러와서 아무도 없는 메마른 들판에 내동댕이친다. 이런 날은 그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징검다리 가지런히 놓인 냇가에 마른 갈대들이 물이랑처럼 너울거리고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은 하늘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꽃 송이를 퍼부을 때면 우윳빛 얼굴의 앞집 소녀가 하얀 이빨을 반짝이며 눈웃음 짓던 정겨운 마을이 마냥..

나의 창작시 2021.12.07

불측지연(不測之淵)

불측지연(不測之淵)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도 회신이 없다. 그는 나를 불측지연으로 몰아넣고 가시방석위에 앉힌다. 나의 짐작은 어렴풋하지 않아 기미와 낌새는 귀띔이 없어도 느낌으로 안다. 얼마전 그의 눈동자에서 틈새가 깊어진 마음을 읽었고 고백을 늦출 뿐 그의 마음은 내게서 떠났다. 내 마음속에는 찬 바람이 불고 검은 구름은 발등까지 덮는다. 이런 경험은 도붓장수처럼 이골이 났기에 더 이상의 설득은 시간 낭비이다. 고지식한 나는 아직도 괴로운데 그도 나로인해 괴로울까. 그가 나의 애인이었다면 벌써 잊었을터이나 그럴 수 없는 사람이기에 괴롭다. 만남과 헤어짐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헤어짐의 이유가 몹시 아프다. 2021.12.5

나의 창작시 2021.12.05

그해 겨울

그해 겨울 그 시절 아주 긴 겨울을 보냈다. 캄차카반도에서 쿠릴열도로 이어지는 한겨울의 혹한보다 더 차가운 기운이 무섭게 내 심장을 옥죄었다. 입성마저 변변찮아 구멍 난 점퍼에는 바람도 춥다고 숨어들었고 혀를 길게 내민 신발은 발걸음을 집어삼켰다. 헤르바이트학파의 단계이론이 비록 추상개념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견주어 유사점과 차이점의 곡선이 너무 가파른 상황을 나는 수용하기 힘들었다. 빈손으로 출발한 트랙경기에서 아무리 내달린다 해도 가로막는 바람에 주저앉곤 했다. 종로 뒷골목 가득한 음식 냄새는 주린 배를 자극하며 입에 침이 괴어도 나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었다. 지팡이 없이 일어서는 일은 확률 미분방정식보다 더욱 어려워서 남대천으로 회귀하던 연어를 떠올렸었다. 도시 밤거리에 경쟁하는 헤드라이트 불빛처..

나의 창작시 2021.12.03

그곳

그곳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은 낙원이었다. 내 첫울음이 하늘로 울려 퍼지던 날 까마귀들이 하늘 높이 날며 우짖었고 함박눈은 까칠봉을 하얗게 덮으며 다가와 숲속 마을을 신천신지로 만들었다. 연골이 여물지 않았던 나는 진달래꽃 피던 날에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고 냇가에 앉아 버들피리 맘껏 불 때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나를 잔디밭에 재웠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날이면 그리움을 좇아 뒷산 언덕에 올라 꿈을 노래했다.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가녀린 소녀의 얼굴에 버짐이 피어나고 핏기없는 소년은 찔레 꺾어 배를 채웠지만 맑은 눈의 아이들은 흐느끼지 않았다. 그곳에는 총검을 든 군홧발이 없었고 술을 팔며 이상한 웃음을 짓는 계집이 없었다. 도시에는 호외(號外) 신문이 뿌려지고 파란 학생들이 붉은 피를 흘렸다는 소문이 ..

나의 창작시 2021.12.02

강물

강물 빛바랜 단풍잎이 아무 목적도 없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수원과 목적지는 거기서 저긴 줄 알지만 강물도 강물에 실려 떠내려간다. 내 안에도 한 개의 큰 강이 흐르고 나는 그 강에 실려 떠내려간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시계바늘처럼 흘러간다. 처음 나는 작은 냇물을 따라가며 버들잎과 종이배를 띄웠고 장마비가 쏟아지던 그 어느 날 나룻배에 몸을 싣고 여기까지 왔다. 밤에는 별을 노래하였고 낮에는 구름과 태양을 찬미하였다. 무수한 두려움들이 머리위로 지나갔고 절벽을 뛰어내릴 때는 눈을 감았다. 도시 불빛이 찬란히 빛나는 언덕에서 밤새들의 노래를 가슴으로 들었다. 나는 한 번도 강물을 거스르지 않았고 내 몸을 강물에 맡겼다. 낯선 이 땅이 어디쯤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강물에 실려 떠내려갈 뿐이다. 20..

나의 창작시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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