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성탄절 삭풍(朔風)은 눈보라를 일으키며 함부로 마을을 휘젓고 언 강은 누가 그리운지 밤마다 길게 울었지만 시골교회 마당에는 아이들이 재잘댔다. 생소나무 몇 그루 참수하여 예배당 어귀에 세워놓고 엉성하게 엮은 색종이 사슬에 은빛 별들이 햇빛에 반짝였다. 목이 터지라 외치는 아이들 새벽 송은 불협화음에 입술이 얼어도 십리 길도 마다않던 않던 새벽 발걸음은 어떤 예배보다 더 거룩했다. 허름한 옷을 입은 맑은 눈의 아이들이 별을 따라간 동방박사들처럼 집집이 방문하며 부른 축복 송은 베들레헴에 내려왔던 천사들의 노래였다. 지금은 한낱 가슴에 메아리로 남아 성탄절이면 쓸쓸히 맴돌다 사라지지만 그 시절 부르던 아이들 노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하늘나라 노래였다. 202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