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쓸쓸한 풍경

신사/박인걸 2021. 11. 24. 07:53

쓸쓸한 풍경

 

그토록 곱던 단풍은 사라지고

남은 몇몇 잎새들만 바람에 흔들린다.

가시철망처럼 내걸린 가지들은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에 떨고 있다.

낙영(落影)은 서천(西天)에 길게 드리우고

지친 태양은 노을 속으로 숨는다.

 

아름답게 피웠던 꽃들과

형형의 아름다웠던 이파리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서 뽑아올린 진액이었다.

단풍잎처럼 아름답게 물드는 삶은

매일 자신을 찢으며 사는 자의 훈장이다.

 

은행잎이 뒹구는 뒤안길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깊이 잠들고

찬 바람이 스치는 내 마음의 오솔길에는

함께 걷던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아직도 기억나는 사연들이

낙엽처럼 켜켜이 쌓여있고

바람에 쓸려가는 가랑잎에는

자리 잡지 못한 내 방황이 쓸려 다닌다.

 

저 쓸쓸한 풍경은 못내 거슬리고

코로나에 지친 몸은 엿가락이 된다.

그렇더라도 나는 다시 일어서서

낙엽을 밟으며 끝없이 걸어서

겨울 한 복판으로 들어간다.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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