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戀書) 연정도 연서도 옛이야기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곱게 쓴 연서에 우표 한 장을 붙여 붉은 통에 집어넣고 설레는 맘으로 뒤돌아섰다. 우연히 알게 된 소녀(少女)의 주소로 내 마음을 가지런지 엮어 보냈는데 뜻밖의 날아 온 분홍 봉투에 난 소스라쳤다. 자전거 탄 우체부가 달려 올 때면 튀어나온 눈알은 자전거 바퀴와 함께 돌고 내 이름이 적힌 편지를 받아 쥘 때면 온 세상이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줄줄이 읽어 내려갈 때면 활자에 꿀이 흐르고 깊어지는 연정에 가슴은 발롱거렸다. 새빨간 고추처럼 익어가던 연서도 어느 날 전깃줄처럼 끊겼다. 젊은 날의 한 자락 행복한 추억으로 책갈피에 은행잎처럼 고이 간직한 채 세월은 자꾸자꾸 흐르고 또 흘러 연정도 연서도 빛이 바랬고 젊은 날 뛰던 심장 박동도 이제는 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