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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暴雪) 흰눈이 뒤덮인 세상을 걸을 때나는 몽유도(夢遊圖) 속을 떠도는 줄 알았다.그러나 며칠을 지나며 깨달았다.이것은 낭만이 아니라하늘이 뿌려놓은 유리 조각이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덮인순백의 들판은 종교보다 거룩하고그 적막한 평화는시간조차 숨죽이며 머물러 있지만그것은 위장이었다. 입술 끝에 맴도는 꿀 한 방울이자혀끝을 스치는 날카로운 칼날며줄기 속 가시를 감춘 채 웃는 흰 장미였다.하늘이 토해낸 얼어붙은 분노가세상을 덮어버릴 때비명조차 삼켜버린 마을들은순백의 무덤이 된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와모든 발자국을 지워버리는 잔인함은소리 없이 세상을 집어삼키는 폭력이며천 개의 얼굴로 위장한 눈(雪)의 테러였다.2025,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