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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406

불안(不安)

불안(不安) 불안의 신 오이지스는 내가 사는 날 동안 따라다닌다지요. 뉙스는 어두운 밤을 몰고 오고 모로스는 내 운명을 쥐고 장난을 치며 모모스는 악플로 나를 괴롭히고 에리스는 내 마음에서 평안을 빼앗아 간다지요. 가장 두려운 타나토스는 내 죽음을 거머쥐고 걱정, 불안 초조함으로 옥죈다지요. 코로나 19가 여름비처럼 퍼부어 잉크처럼 가슴깊이 번져든 후 불안과 공포를 끄집어내어 흔들 때면 누구나 사자에 쫓기는 가젤이 된다. 신이 만든 인간은 왜 불안한 존재일까. 원죄(原罪)가 그 원인이라지만 허공에 매달린 낮달도 편안히 가는데 인간만 이토록 불안해야 하는가. 인간이 사는 이 자리는 처음부터 워낙 바람이 센 곳일까? 뒷기약을 할 수 없는 시간이 지금도 불안하게 내 정수리에서 돈다. 2020.9.17

나의 창작시 2020.09.17

세월(歲月)

세월(歲月) 세월은 철(鋨)로 만든 신을 신고 안단테의 걸음으로 일정하게 걷는다. 한 번도 뒤돌아보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눈보라가 앞길을 가로막고 사나운 기압골이 멀리 밀어내며 여름 햇살이 바닷가로 유혹해도 고정된 눈동자로 시계바늘처럼 돈다. 세월은 양손에 시퍼런 칼을 들고 어명(御命)을 따르는 집행관이 되어 살생부에 입력된 이름만 골라 소리 없이 목을 자른다. 중세 흑사병 보다 더 잔인(殘忍)하고 몽골군만큼 인정 사정하나 없다. 거대한 타작기계에 걸려들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안개가 된다. 벽돌담에 기대어 곱게 핀 백일홍이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지만 세월(歲月)이 추분에 보낸 사자(使者)에게 분홍색 목숨도 내놓아야 한다. 어느 날 내 목에도 칼을 겨눌 것이다. 2020.9.16

나의 창작시 2020.09.16

공포의 계절

공포의 계절 오늘도 전쟁터 중앙을 걷는다. 총에 맞아 죽든지 비말에 죽든지 목숨을 잃는 건 두렵다. 날아다니는 거품에 촉(鏃)이 숨어 콧구멍에 닿는 순간 목숨을 빼앗긴다. 모질은 적은 장렬한 죽음을 싫어해 음압 실에 가둔 후 명(命)을 끊는다. 낭트의 익사 형만큼 잔인한 스카피즘처럼 서서히 쓸어가니 사자에 쫓기는 사슴처럼 동공 풀린 얼룩무늬 인간이 된다. 봄에 시작한 전투는 지루하고 지금 같아선 종전이 묘연(杳然)하다. 매일 배달되는 안전문자에 찍힌 내 동네 확진자 숫자에 가슴이 철렁하고 왕래자 전부가 무장공비 같아 신경을 곤두세운 채 경계근무를 선다. 한 겨울 새벽 보다 더 춥고 자루 속에 갇힌 고양이처럼 허덕인다. 적진에 떨어진 낙하산병처럼 방향을 찾지 못해 막막하다. 이 지루한 코로나 19전쟁이여 ..

나의 창작시 2020.09.16

내 고향(故鄕)

내 고향(故鄕)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된 잊으려 해도 잊힐 리 없는 산이 벽처럼 일어선 고향은 억새풀 출렁이는 땅이다. 골짜기 개울물 소리는 은쟁반에 구슬처럼 구르고 소나무 숲 지나는 바람은 내 누나 분 냄새 보다 진했다. 촉촉하게 비 내리는 날이면 이파리마다 기타 음률이 튀고 처마 밑 낙숫물 소리에 고단한 가슴이 녹아내렸다. 달빛 밝은 가을밤이면 지붕 위 박꽃이 가슴을 흔들고 은하수 길게 다리를 놓으면 소년의 꿈은 하늘 끝은 달렸다. 달맞이 꽃 향기 은은한 저녁 동무들과 부르던 메기의 추억이 아직도 귓전에 쟁쟁한데 여기 한 노인은 그리움만 토한다. 2020.9.16

나의 창작시 2020.09.15

이 거리

이 거리 나는 푸른 6월에 이 거리에 왔다. 맹꽁이는 밤새 늪에서 울고 지나가던 바람이 흙을 집어 던져도 맨발로 걷는 나는 싫지 않았다. 비온 뒤 진창길 발목을 잡아당기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쌩한 바람이 자주 내 의지를 꺾어도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에 꿈을 걸었다. 밭두렁에는 누런 콩이 익고 텃밭에서 수수가 고개를 숙일 때면 어디선가 귀뚜라미 가을을 알렸는데 정겨운 풍경은 망치소리에 무너졌다. 나는 벌써 인생 10월을 맞았다. 눈 감았다 뜨는 동안 세월은 널을 뛰었고 길거리에는 검은 매연이 추억도 지웠다. 매일 하늘을 날아가는 태양이 젊은 피부를 시커멓게 구겨놓았고 더 이상 이 거리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재잘대던 아이들도 잠적했고 지붕위에 꽂았던 깃발은 찢어졌다. 나는 이 거리를 밟기 싫다. 내년에..

나의 창작시 2020.09.15

달개비 꽃

달개비 꽃 물동이 이고 가는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으며 소리 없는 맑은 미소로 어미의 주눅을 풀어 주던 꽃 백로에 내린 아침 이슬로 정갈하게 빗어 내려 단발머리 고운 내 누이만큼 총명하게 피던 달개비 꽃아 척박한 습지에 아무데나 잎겨드랑이 감싸 안고 거짓 없이 심장까지 쪼개어 보랏빛 피를 토하던 내 누이야 이른 아침 해 돋는 길섶을 가쁜 숨을 몰아쉬고 걸을 때 수줍게 웃으며 쳐다보던 자주 빛 모습에 나는 울컥한다. 2020.9.14

나의 창작시 2020.09.14

밤송이

밤송이 입 벌린 밤송이가 뒹군다. 알맹이는 간곳없고 빈 껍질만 버려져 가엽다. 가을하늘 높푸른데 소슬바람에 풀 어음 쓸쓸한데 너부러진 빈 껍질 더욱 가련하다. 실질은 몽땅 도둑맞고 형식도 갈기갈기 찢어진 채 껍데기들만 수북하니 덧없다. 딸 아들 키워 도둑맞고 가꿔온 삶마저 기억 상실된 치매 걸린 노파의 주름이 쭈그렁 밤 송이 같아 맘 아프다. 껍질이라고 짓밟거나 뒹군다고 혐오하지 말라. 네 어머니 젊었을 때 뭇 남성들 군침을 흘렸니라. 2020.9.13

나의 창작시 2020.09.13

고달픈 삶

고달픈 삶 산비둘기 이른 새벽 마을 뒷산에서 슬프게 울더니 인적 드문 오솔길 길섶에 갈색 날개 털 몇 개 잃고 떠났다. 어젯밤 추적이며 밤비 내릴 때 어느 나뭇가지에 앉아 깊은 시름달래다 설움 북받쳐 아침 내내 울었으리. 오늘 운 저 비둘기는 어제 아침 그 비둘기가 아니리 매일 거친 땅을 유랑하며 하루의 양식을 눈물과 맞바꿀 때 정처 없이 떠도는 반복의 고통을 가끔은 슬피 울어야 삭혀지리. 삶은 어차피 떠다니는 유랑이러니 찬바람 피할 길 없을 때면 울고 울어 눈물로 발등 적시면 가슴에 맺힌 한 조금은 풀리리. 저 멀리서 또 한 마리 산비둘기 더 서럽게 울고 있다. 2020.9.12

나의 창작시 2020.09.12

마스크

마스크 코로나 확진 자는 줄지 않는다. 가을비는 아스팔트위로 쏟아지고 능소화 꽃망울들이 바람에 맥없이 부러져 치과의원 입구에 수북하게 쌓였다. 도시 간판들이 간격을 두고 덜컹대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이 바람에 소스라친다. 정류장 쉘터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뜨겁게 쏟아내며 지시하는 사람 없어도 거리두기를 한다. 이전 같으면 살갑게 말을 붙이던 사람도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다. 하나같이 얼굴을 감추고 사라지는 길 건너 행인들만 바라볼 뿐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네안델리탄들은 호모 사피앤스들에게 거짓말을 할 줄 몰라 멸종했다한다. 지능적 거짓말로 세상을 혼돈 시키는 인간 세상에 신은 마스크로 입을 틀어막았다. 내 뱉는 말마다 거짓말이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니 낭설을 대..

나의 창작시 2020.09.11

아 코로나여

아 코로나여! 코로나 바이러스가 곰팡이처럼 퍼질 때 문명시대의 사람들은 아연(啞然)한다. 미증유의 대 재앙에 당황하며 마스크 한 장에 우리는 목숨을 건다. 소리 없이 악귀처럼 배회하면서 선량들 목숨을 빼앗으니 아주 얄밉다. 예배당, 커피숍, 학교, 요양원 가리지 않고 공비처럼 침투하여 훼방질 하니 망나니 보다 더 막된 요괴다. 지구곳곳을 휘저으면서 무작위 비말을 화살 쏘듯 하니 재수 없는 누군가는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홀연히 목숨을 잃는다.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권선징악의 교훈을 마구 비웃으며 영웅호걸 열사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홍안소년소녀도 봐주지 않고 닥치는 대로 침투하니 막무가내다. 양심도 정의도 무참히 짓밟고 어린 영아도 공격하니 면장우피다. 아 이 더러운 코로나 바이러스여! 네 운명도..

나의 창작시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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