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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에 대하여
그토록 화려했던 진달래 철쭉꽃은
빈 가지만 흔들리고
치솟던 아카시아 나무
여름 바람에 맥없이 쓰러졌다.
불협화음 한 여름 풀벌레들
찬바람 일자 종적을 감추었고
일찍 뒹구는 나뭇잎들 허무하다.
행복은 늘 헛손질이었고
검버섯 늙어지니 한없이 허전하다
짙은 안개가 둘러 길은 어둡고
답 없는 문제지 들고 평생 풀어도
아까운 시간들만 길 위에 뿌릴 뿐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다.
두 개의 창문은 점점 어두워지고
천둥소리조차 희미한 쭈그러진 연골이
증폭기에 기대는 노인이 서럽다.
내 생애 남은 길 몇 리나 될까
발길에 나뭇잎만 허무하게 차인다.
파도에게 인생을 물어도 철썩이기만 하고
기러기에게 물었더니 고개만 젓는다.
철학서적 뒤적여도 구구(區區)하고
강물은 말없이 길만 따라간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점 하나에 불과한
잘난 채 하는 인간도 헛것이다.
20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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