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허무에 대하여

신사/박인걸 2020. 9. 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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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에 대하여

 

그토록 화려했던 진달래 철쭉꽃은

빈 가지만 흔들리고

치솟던 아카시아 나무

여름 바람에 맥없이 쓰러졌다.

불협화음 한 여름 풀벌레들

찬바람 일자 종적을 감추었고

일찍 뒹구는 나뭇잎들 허무하다.

행복은 늘 헛손질이었고

검버섯 늙어지니 한없이 허전하다

짙은 안개가 둘러 길은 어둡고

답 없는 문제지 들고 평생 풀어도

아까운 시간들만 길 위에 뿌릴 뿐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다.

두 개의 창문은 점점 어두워지고

천둥소리조차 희미한 쭈그러진 연골이

증폭기에 기대는 노인이 서럽다.

내 생애 남은 길 몇 리나 될까

발길에 나뭇잎만 허무하게 차인다.

파도에게 인생을 물어도 철썩이기만 하고

기러기에게 물었더니 고개만 젓는다.

철학서적 뒤적여도 구구(區區)하고

강물은 말없이 길만 따라간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점 하나에 불과한

잘난 채 하는 인간도 헛것이다.

20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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