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배롱나무 꽃잎이 쏟아진다. 바람이 불어서가 아니다 질 때가 되어서 진 거다. 능소화도 허무하게 스러지고 귀뚜라미 노래마저 서글프다. 수명을 다한 마지막 모습은 산비둘기 노래만큼 처량하다. 석양 기러기도 갈 곳 찾아 날고 가을로 가는 뒷산 언덕에는 거칠던 바람결도 힘을 잃었다. 어릴 적 뛰놀던 악동(惡童)의 귀천(歸天) 소식에 하늘이 노랗다. 꽃은 차례대로 지고 나뭇잎도 순서대로 진다. 사람도 때가 되면 간다지만 가고 져야하는 운명이 슬프다. 20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