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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孤獨)
가을바람이 오동나무 잎을 흔든다.
기운 잃은 햇살은 그림자를 길게 흘린다.
끝물 페튜니아 서러워 울고
란타나 꽃잎도 슬픈 베르테르다.
아는 노인이 내 곁은 스쳐간다.
중절모자가 헐겁고 허리는 구부정하다.
음영이 깃든 백발 노안에
늙은 사슴의 걸음만큼 둔하다.
짚수세미처럼 구겨진 얼굴위로
지독한 고독이 둥지를 틀고
한 움큼 잡힐 것 같은 허리가
어지러움증에 휘청거린다.
저 노옹 업적 빗돌에 새길 만한데
늙는 길 못 막아 처량하다.
서슬 퍼런 권세도 시간은 못 자르니
죄수처럼 끌려가는 목숨이 가엽다.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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