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고독(孤獨)

신사/박인걸 2020. 9. 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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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孤獨)

 

가을바람이 오동나무 잎을 흔든다.

기운 잃은 햇살은 그림자를 길게 흘린다.

끝물 페튜니아 서러워 울고

란타나 꽃잎도 슬픈 베르테르다.

아는 노인이 내 곁은 스쳐간다.

중절모자가 헐겁고 허리는 구부정하다.

음영이 깃든 백발 노안에

늙은 사슴의 걸음만큼 둔하다.

짚수세미처럼 구겨진 얼굴위로

지독한 고독이 둥지를 틀고

한 움큼 잡힐 것 같은 허리가

어지러움증에 휘청거린다.

저 노옹 업적 빗돌에 새길 만한데

늙는 길 못 막아 처량하다.

서슬 퍼런 권세도 시간은 못 자르니

죄수처럼 끌려가는 목숨이 가엽다.

2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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