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밤

신사/박인걸 2020. 9. 28.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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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

 

가을밤은 적막하다.

풀벌레라도 밤새 울어준다면

야윈 가슴 깊이 잠들 텐데

쥐죽은 듯 고요해 불현 듯 고독이 스민다.

철쭉꽃이 붉게 피어나던 봄날

나뭇잎이 흔들리며 커가던 던 여름

나는 꿈길에서도 새소리를 들었다.

토란대가 굵어지던 밤과

호박순이 담장을 넘어 암꽃이 피던 날

나는 근심을 잊고 잠들었다.

천둥과 번개가 전봇대에 심술을 부리던 밤

내 외로움은 전광이 빼앗아갔다.

풋대추가 발갛게 익는 소리와

밤알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닫힌 가슴에는 내줄 여백이 없다.

그나마 고개턱에 깔린 진홍 노을

한 섬 베어 가슴에 담아 두었기 망정이지

그마져 없었다면 가을밤은 지루했으리.

오늘 밤은 거의 여문달이 처연히 밝다.

20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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