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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
가을밤은 적막하다.
풀벌레라도 밤새 울어준다면
야윈 가슴 깊이 잠들 텐데
쥐죽은 듯 고요해 불현 듯 고독이 스민다.
철쭉꽃이 붉게 피어나던 봄날
나뭇잎이 흔들리며 커가던 던 여름
나는 꿈길에서도 새소리를 들었다.
토란대가 굵어지던 밤과
호박순이 담장을 넘어 암꽃이 피던 날
나는 근심을 잊고 잠들었다.
천둥과 번개가 전봇대에 심술을 부리던 밤
내 외로움은 전광이 빼앗아갔다.
풋대추가 발갛게 익는 소리와
밤알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닫힌 가슴에는 내줄 여백이 없다.
그나마 고개턱에 깔린 진홍 노을
한 섬 베어 가슴에 담아 두었기 망정이지
그마져 없었다면 가을밤은 지루했으리.
오늘 밤은 거의 여문달이 처연히 밝다.
20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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