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금왕지절(金旺之節)

신사/박인걸 2022. 9. 6. 08:59
  • 금왕지절(金旺之節)
  •  
  • 산골 마을에서 며칠 유숙한 뒤
  • 어느새 도시를 찾아 왔다.
  • 뒤늦게 핀 배롱나무 꽃잎을 떨구고
  •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
  • 아파트 정원에 서성인다.
  • 짙푸르던 마로니에 잎이 안색이 변했고
  • 그 곁에 플라다나스도 곁눈질한다.
  • 늦백일홍 꽃잎이 눈을 감고
  • 가을바람을 맞아들인다.
  • 아침 내내 울던 귀뚜라미 소리에서
  • 작년 이맘때를 떠올렸다.
  • 어떤 여인의 늘어진 원피스
  • 단풍잎 무늬에 가을이 졸졸 따라간다.
  • 해마다 가을은 반갑지 않은
  • 알레르기 비염을 내 얼굴에 뿌린다.
  • 나에게 가을은 금왕지절이 아니지만
  • 그래도 높디높은 하늘은
  • 나의 마음을 힘있게 끌어당긴다.
  • 올해도 가을은 이렇게 찾아왔다.
  • 2022.9.6.
  •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의 추석  (0) 2022.09.08
지금의 생각  (0) 2022.09.07
소음(騷音)  (0) 2022.09.05
시간에 대한 불평  (0) 2022.09.04
무제(無題)  (0)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