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여름
- 팔월 열사흗날 아침
- 폭우 휩쓸고 간 거리는 상처투성이인데
- 아무것도 모르는 참 매미는
- 느티나무숲을 옮겨 다니며 노래한다.
- 아파트 뜰에서 귀뚜라미 울고
- 붉은 왕잠자리 빙빙 돌 때
- 마로니에 나뭇잎 변한 색깔에서
- 가을이 문 앞에 온 것을 깨닫는다.
- 광복절 태극기는 펄럭이고
- 한낮 태양 빛은 아직 작열하는데
- 백일홍 소녀처럼 웃는데
- 계절은 응달로 기울어지는구나!
- 온통 초록빛에 빠져들어
- 짙푸른 생명의 파장에 감동하며
- 고동치는 내 심장 소리에
- 무한한 삶의 의미를 찾았는데
- 그 푸르던 여름이 가는구나.
- 새파랗던 시절이 흘러가는구나.
- 2022.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