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소음(騷音)

신사/박인걸 2022. 9. 5. 04:06
  • 소음(騷音)
  •  
  • 여기는 적막이라곤 없다.
  • 한밤중에도 고무바퀴 마찰음에 짜증이 난다.
  • 천장에 매달린 형광 불빛을 내려도
  • 창문으로 간판 불빛이 도둑처럼 기어들어 온다.
  • 앰블런스 119구급대 사이렌은
  • 유리창문을 사정없이 흔들고
  • 낮에 곤두섯던 신경에
  • 끓는 물을 가끔은 퍼붓는다.
  • 연실 화통 삶아 먹은 오토바이 폭발음은
  • 고운 꿈길에 경기(驚氣)를 촉발하고
  • 아스팔트를 긁는 발걸음 소리에
  • 이불을 뒤집어 써야 잠든다.
  • 도시에 산다는 것은
  • 매연(煤煙)에 길든 비둘기처럼
  • 도시(都市) 인간으로 진화해야 하고
  • 여과 장치를 가슴에 매단 채
  • 불편함을 몰라야 산다.
  • 이맘때면 남쪽으로 흘러가던 은하수와
  • 소리 없이 빛나던 북두칠성
  • 검은 숲 위를 떼 지어 날던 반딧불이
  • 적막에 둘러싸인 언덕 위 작은 마을
  • 아련한 향수마저도 털어내야 한다.
  • 나의 인생 쓰리 쿼터를 도시에서 살아왔지만
  • 아직도 도시 소음에 적응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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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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