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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가을
- 여름 장마에 물차오르듯
- 가을은 점점 차오른다.
- 배롱나무 분홍꽃을 서서히 지우고
- 물봉숭아 꽃잎에 차올랐다.
- 보랏빛 수국 꽃을 지우고
- 느티나무 그늘 맥문동 꽃으로 차올랐다.
- 귀 찢어지게 울던 매미 소릴 지우고
- 돌담 틈 귀뚜라미 소리 타고 왔다.
- 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 엇비슷한 열매가 차오르고
- 교정 울타리 담장이 넝쿨 위로
- 가을 그림자 바람결에 출렁인다.
- 길섶 과꽃 고운 빛으로 내려앉아
- 지나가는 길손 발걸음을 붙잡는다.
- 앞마당 빨랫줄에 앉은 고추잠자리
- 아직은 일광욕을 즐기지만
- 백로(白露)로 가는 길목에서
- 어디로 가야 할지 깊이 고민한다.
- 아! 올해도 그 가을이
- 애연한 풀벌레 소리 데리고 차오른다.
- 202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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