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아! 가을

신사/박인걸 2022. 8. 26. 15:29

  • 아! 가을
  •  
  • 여름 장마에 물차오르듯
  • 가을은 점점 차오른다.
  • 배롱나무 분홍꽃을 서서히 지우고
  • 물봉숭아 꽃잎에 차올랐다.
  • 보랏빛 수국 꽃을 지우고
  • 느티나무 그늘 맥문동 꽃으로 차올랐다.
  • 귀 찢어지게 울던 매미 소릴 지우고
  • 돌담 틈 귀뚜라미 소리 타고 왔다.
  • 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 엇비슷한 열매가 차오르고
  • 교정 울타리 담장이 넝쿨 위로
  • 가을 그림자 바람결에 출렁인다.
  • 길섶 과꽃 고운 빛으로 내려앉아
  • 지나가는 길손 발걸음을 붙잡는다.
  • 앞마당 빨랫줄에 앉은 고추잠자리
  • 아직은 일광욕을 즐기지만
  • 백로(白露)로 가는 길목에서
  • 어디로 가야 할지 깊이 고민한다.
  • 아! 올해도 그 가을이
  • 애연한 풀벌레 소리 데리고 차오른다.
  • 202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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