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순례(巡禮)의 길③ 기행시

신사/박인걸 2019. 3. 8. 14:39


순례(巡禮)의 길기행시

 

풍랑(風浪)이는 이오니아해는

열여섯 시간동안 우리를 괴롭혔고

뱃길을 선택한 동양(東洋)길손들은

아침이 밝았을 때 휘청거렸다.

 

단숨에 달려온 폼페이는

정오 햇살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하룻밤에 최후(最後)를 맞은 도시는

죽은 망령(亡靈)들이 우는 듯 했다.

 

베수비오 화산(火山)폭발로

잿더미가 돼버린 도시(都市)에는

이천 년 전 화려한 문화가 눈길을 끌고

거대한 유물에서 인생무상을 본다.

 

바울의 참수(斬首) 돌기둥은

순례자의 가슴을 송곳으로 찔렀고

달려갈 길을 다 가고 믿음을 지킨

사도(使徒)의 기백(氣魄)에 감탄한다.

 

콜로세움, 대전차 경기장, 바디칸 시국

베드로성당,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고

순례자를 태운 차창 밖 세상은

누적(累積)된 역사의 위대한 유물이다.

 

사람은 가도 유적(遺蹟)은 남아

후세(後世)에 자부심(自負心)을 주는데

우리들 선조(先祖)와 비교되니

마음이 허탈(虛脫)해 진다.

 

예수는 없고 흔적만 남아 아쉬웠어도

그의 정신이 범벅이 된 문화에서

크나큰 전율(戰慄)을 느끼며

항공기에 몸을 얹은 우리는 한국으로 간다.

20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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