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 민들레 꽃 시간은 여객기처럼 날아와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아직도 펼친다. 민들레꽃 지천으로 피던 해 잦은 기침에 핏빛 없던 너의 얼굴이 꽃망울이 열리기도 전에 꽃 샘 바람에 꺾이던 날을 기억한다.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그렇게 무수한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 이제는 까마득한 기.. 나의 창작시 2020.03.12
산수유 꽃 산수유 꽃 나는 너를 기다리느라 가슴이 샛노랗게 멍들었다.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그쪽 길만 바라보았다. 내 가슴에 불이 붙다가 까맣게 재가 됐다가 언 발을 동동 구르다가 때론 주저앉아 맘껏 울었다. 견줄 이 어디에도 없어 자나 깨나 잊지 못하였는데 너의 그 맑은 낯을 대하니 며칠 .. 나의 창작시 2020.03.11
정지 된 봄 정지 된 봄 시인/박인걸 석이버섯 돋은 암벽에 한 가닥 밧줄을 타고 오르듯 허공을 밟으며 걷는 걸음은 매일 가슴을 쓸어내린다. 귀청이 찢어질 정도의 두려운 보도가 돌개바람처럼 휘몰아칠 때 어느 방향으로 피해야 할지 대포소리에 놀란 송아지가 된다. 과녁도 없이 쏜 탄환에 맞은 건.. 나의 창작시 2020.03.10
공포(恐怖) 공포(恐怖) 태연한 척 지나가는 사내 모습을 영상의 주인공처럼 바라본다. 눈 내리는 들길에 홑적삼 입은 노인처럼 호졸근하고 궁상스런 그가 양 어깨에 힘을 주는 듯하지만 범과 맞선 하룻강아지였다. 깊이 스며드는 무증상의 비세포성 생물 앞에 훔치다 들킨 소년처럼 당황한다. 손에 .. 나의 창작시 2020.03.09
분노 분노 코로나 19는 봄이 왔는데도 장마 비처럼 내리는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내리는가. 길거리를 왕래하는 흐뭇한 무리들 그 환한 웃음에 곰팡이처럼 침투하여 아무렇지도 않은 낯으로 멀쩡한 행복을 그토록 잔인하게 잘라내는가. 도둑고양이처럼 드나들다 고엽제 가루를 군데.. 나의 창작시 2020.03.07
인간의 실상 인간의 실상 전쟁만큼 무서운 공포가 연일 텔레비전 화면을 타고 퍼질 때면 숨을 데 없는 사람들은 마스크 한 장에 목숨을 거네. 문명의 첨탑은 바벨보다 높고 연구 업적은 하늘을 찌르는데 무 실체의 바이러스에 쫓겨 다니는 나약한 인간의 실상이 가엽다. 인간이란 아무것도 아니구나. .. 나의 창작시 2020.03.07
경칩(驚蟄) 추억 경칩(驚蟄) 추억 경칩이 오면 수렁논 웅덩이에서 종일 부르던 개구리 노랫소리 아득한 추억을 되새기며 아늑한 산길을 오르노라면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 꽃망울에 너의 곱던 모습이 되살아난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언덕에서 너의 그 고운 얼굴과 바람결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 나의 창작시 2020.03.06
사이비(似而非) 사이비(似而非) 저들은 알곡이 아닌 가라지 참인 것처럼 위장한 가짜들 양심과 품격이 떨어지는 찌질이 우민을 혹세하는 사기꾼 전염병을 옮기는 바이러스 세상을 어지럽히는 껍데기들 교주를 신격화하는 바보들 불 인두에 낙인(烙印)된 비 양심 해로운 사상을 퍼트린 이단(異端) 뇌를 절.. 나의 창작시 2020.03.05
삶의 조언(助言) 삶의 조언(助言) 소리 없이 번져가는 바이러스에 겁난 사람들 맞서기엔 두렵고 물러설 길 없어 무서운 흰 헝겊 조각으로 이비인후를 가리우고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는 삶에 지친 영혼들 잇달아 옮아 앓다 목숨을 잃은 가여운 넋들 수감된 독방에서 눈물 짓은 사람들아 시궁창에서 용이 나.. 나의 창작시 2020.03.04
시든 감성 시든 감성 먼 산엔 눈이 쌓였어도 아랫마을엔 산수유가 피네. 귀룽나무 잎 서둘러 돋고 새싹들 흙을 찢으며 솟네. 이맘때 듣던 개구리 노래와 노랑나비 짝지어 날던 아련한 그리움에 주름진 눈만 끔뻑일 뿐이네. 나이테가 차 오르니 감성(感性)도 세월이 가져가네. 꽃 궁전(宮殿)이 된다 해.. 나의 창작시 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