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정지 된 봄

신사/박인걸 2020. 3. 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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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된 봄


         시인/박인걸

 

석이버섯 돋은 암벽에

한 가닥 밧줄을 타고 오르듯

허공을 밟으며 걷는 걸음은

매일 가슴을 쓸어내린다.

귀청이 찢어질 정도의 두려운 보도가

돌개바람처럼 휘몰아칠 때

어느 방향으로 피해야 할지

대포소리에 놀란 송아지가 된다.

과녁도 없이 쏜 탄환에 맞은 건

재수 없는 일이지만

전수조사 같은 건 덮어두고

어떤 노인은 가뿐한 마음으로 떠났다.

나보다 높은 지대에서 살던 그는

함부로 사람을 얕보지 않았다.

나이테는 엇비슷한데

두꺼운 안경을 여러 개를 걸쳤다.

통나무 다리를 디딘 두 발은

평형을 잃고 주춤거리는데

가슴으로 달려오다 놀란 봄은

어디쯤에서 정지 한 채 대기 중이다.

2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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