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의 창작시 1409

곤파스의 기억

곤파스의 기억 한 밤에 일어난 구름은 노란 별들을 검은 보자기에 파묻었다. 첨탑 위를 달려가는 바람소리는 자식 잃은 어미의 규환(叫喚)이다. 스스로 투신한 빗방울들은 산산이 부서진 채로 아스팔트위에 쌓인다. 간판들은 억세게 몸부림친다. 가로등불도 연실 눈을 감는다. 하늘이 깨지는 소리에 섬광이 튀고 도시는 흑암 속으로 침몰한다. 그 밤 나는 사나운 사막 위를 걸었고 한 줄기 희망은 개미귀신이 끌어당겼다. 벗어나려 버둥거릴수록 의식은 어떤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 밤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밧줄로 나의 의지를 기둥에 묶었다. 흐르는 시간은 신(神)도 붙잡지 못한다. 아침은 어둠을 지우며 달려왔다. 두 개의 태양은 나의 눈동자에서 빛났고 그 아침은 나의 개벽(開闢)이었다. 그날의 사변은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다..

나의 창작시 2020.03.21

나의 노래

나의 노래 참 멀리도 걸어왔다. 만개와 낙화, 생성과 소멸을 보며 구름 따라 바람 따라 강물처럼 흘러 여기까지 왔다. 나는 나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않는다. 아무리 거슬러도 오늘 수 없는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세우다 만 거푸집처럼 다듬다 그만 둔 대리석처럼 미완의 창백한 모습일 지라도 나는 하나도 서럽지 않다. 스스로 걸어서 왔을 뿐 한 번도 떠밀리어 오지 않았다. 힘을 다해 공을 던졌으니 굽힐 것 하나도 없다. 스산한 바람이 등 뒤에 불고 흰 꽃잎이 흔들려도 내 노랫말은 무척 감미롭고 나의 무대는 웅장하다. 2020.3.20

나의 창작시 2020.03.20

인생찬미

인생 찬미 인생이란 소멸되는 구름 타다 꺼지는 모닥불이 아니다. 떠돌다 돌아갈 나그네 가엽게 떨어지는 꽃잎도 아니다. 이리저리 흘러가는 강물 해답 없는 수수께끼도 아니다 부르다 멎는 노래가 아니며 쓰다 만 편지도 아니다. 꽃 중에 가장 고운 꽃이요. 비길 데 없는 우람한 나무이다. 히말라야 위에 있는 산이요. 아마존 보다 긴 강이다. 장엄한 오라토리오이며 지을 수 없는 문예창작이다. 신의 손끝에서 빚어진 불가사이 한 오묘 신비이다. 인생을 함부로 폄훼 하지 말라. 허무하다 무상하다 말하지 말라.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는 신의 눈을 가진 신의 자식이다. 2020.3.19

나의 창작시 2020.03.18

나만 아는 이야기

나만 아는 이야기 내 가슴 속에 묻어 둔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억조차 아주 희미한 아주 오래된 비설화입니다. 서른 세 구비 가파른 지르멧재는 연골(軟骨)소년의 등굣길에 벅찼습니다. 헐떡이며 정상에 올라설 때면 자작나무 한 그루가 늘 반겼습니다. 정상에는 주인 모를 무덤 두어 개가 유령만큼이나 어린 나에겐 두려웠지만 뻗어 오르는 나무의 우듬지를 보며 나의 꿈을 그 가지에 걸었습니다. 작은 가슴에 얹은 어린 손으로 저 높은 하늘을 우러러 빌었습니다. 나의 가는 길이 가파를지라도 내 발걸음을 지켜주시고 하늘 향해 뻗어 오르는 자작나무처럼 소년의 파란 꿈을 이뤄주소서. 세월은 그렇게 흘러 오늘에 와보니 자작나무에 걸어 놓았던 그날의 꿈이 무성한 가지되어 사방으로 뻗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그 자작나무는..

나의 창작시 2020.03.18

은혜의 강 목사님

은혜의 강 목사님 성남 양지동 언덕을 오르는 계단은 천국에 오르는 계단처럼 높고 은혜의 강 교회 첨탑이 봄볕에 빛난다. 수양버들 파랗게 음이 돋고 진달래는 꽃망울이 부풀었는데 은혜의 강이 흐르던 교회가 원망(怨望)의 강물로 흘러넘친다. 주일 예배를 드린 마흔 여섯 명이 코로나 19 확진을 받았단다. 목사님, 사모님, 많은 성도들의 예배가 코로나의 침투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름도 빛도 없던 변두리 상가교회가 신문마다 대서특필 방송마다 실시간뉴스다. 불쌍한 목사님은 선악과를 훔친 아담과 하와보다 더 큰 죄인이 되었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주변 상인들과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목사님들은 안타까워 발을 구르고 어떤 교인들은 ‘나도 교인이지만 왜 예배를 드려가지고~~’ 포털사이트 댓글은 육두문자로 도..

나의 창작시 2020.03.16

광풍(狂風)

광풍(狂광풍(狂風) 봄바람이 심하게 분다. 잎 돋는 나뭇가지는 손사래를 내젓고 전선줄이 두렵다고 아우성이다. 낮에 본 언덕배기 산수유 꽃이 피다 질까봐 신경이 쓰인다. 코로나 광풍(狂風)도 무섭게 휩쓴다. 꽃 샘 바람은 바람도 아니다. YTN 아나운서가 상기된 얼굴이다. 수 천 명이 감염되고 여럿이 죽었다한다. 약봉지를 들고 사는 나는 걸리면 우선순위다. 대구는 큰 바람이 잦아들었는데 구로동 콜센터에 회오리바람이 분다. 내 생애에 흔치 않은 큰 바람이다. 손 씻기, 마스크쓰기, 거리두기, 외출 삼가기 아무리 조심해도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병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죽음이 두려운거다. 내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감정, 어떤 것들과 영원한 작별에의 아쉬움, 이별, 슬픔, 두고 가는 것에 대한 미련, 죽어가는 ..

나의 창작시 2020.03.1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