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민들레 꽃

신사/박인걸 2020. 3. 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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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꽃

 

시간은 여객기처럼 날아와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아직도 펼친다.

민들레꽃 지천으로 피던 해

잦은 기침에 핏빛 없던 너의 얼굴이

꽃망울이 열리기도 전에

꽃 샘 바람에 꺾이던 날을 기억한다.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그렇게 무수한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

이제는 까마득한 기억이라 해도

내 가슴에 너는 언제나 민들레꽃이었다.

봄은 얼음장도 겁내지 않는다.

잠가 두었던 가슴의 수술자국을 열고

온천수처럼 품어져 오르며

접혔던 꽃잎을 또다시 활짝 펼친다.

절명(絶命)이 얼마나 두려우며

삶 또한 견줌급이 없음을 나는 안다.

봄은 죽은 검불을 개의(介意)치 않고

올해도 내 가슴에 민들레꽃을 피운다.

20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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