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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꽃
시간은 여객기처럼 날아와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아직도 펼친다.
민들레꽃 지천으로 피던 해
잦은 기침에 핏빛 없던 너의 얼굴이
꽃망울이 열리기도 전에
꽃 샘 바람에 꺾이던 날을 기억한다.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그렇게 무수한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
이제는 까마득한 기억이라 해도
내 가슴에 너는 언제나 민들레꽃이었다.
봄은 얼음장도 겁내지 않는다.
잠가 두었던 가슴의 수술자국을 열고
온천수처럼 품어져 오르며
접혔던 꽃잎을 또다시 활짝 펼친다.
절명(絶命)이 얼마나 두려우며
삶 또한 견줌급이 없음을 나는 안다.
봄은 죽은 검불을 개의(介意)치 않고
올해도 내 가슴에 민들레꽃을 피운다.
20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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