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왜 점봉 산인지 모른다. 그 산이 꼭 야생화 천국만은 아니다. 구름이 그 산을 넘을 때마다 부서졌고 떨어진 조각들이 아랫마을로 흩어질 때면 마을에는 비가 눈물처럼 내렸다. 가시철망이 촘촘한 산 아랫마을에는 머리를 짧게 깎은 아이들이 군가를 불렀고 사람들은 철조망에 갇힌 나를 군바리라고 불렀다. 얼차려에 혼이 빠져 점봉산 메아리가 되고 자갈 밭길을 무릎으로 길 때면 햇살도 사라졌다. 눈을 뜨면 언제나 가파른 산이 서 있고 계절마다 다른 색깔이 눈동자를 염색했다. 거기는 늘 바람이 울며 지나갔다. 잡초가 뒤덮인 황무지에는 갈대가 울었다. 불규칙한 골짜기에는 안개도 어지러웠고 붉게 타던 가을 산만 내 가슴을 끌어당겼다. M16 소총소리는 산과 산 사이에서 콩을 볶았고 놀러왔던 산 까치들이 깊은 숲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