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天池) 그 옛날 화염이 못을 팠다. 신비에 이르는 길을 산이 가로막고 검은 안개는 햇빛까지 가두어버렸다. 영봉(靈峯)에 이르는 발길은 거칠었지만 내뿜는 야생화 향기를 따라 비포장 길 돌고 또 돌아 천지로 갔다. 승천 못한 하늘이 벽속에 갇힌 채 억겁 세월 겹겹이 쌓인 눈물이 절벽을 뛰어내려 압록과 두만이 된다. 바람은 구름을 연실 몰아내고 절벽은 파수꾼이 되어 못을 지킨다. 접근이 불허된 천지(天池)는 신령만큼 거룩하고 천상처럼 오묘하다. 바라만 볼 뿐 밟을 수 없어 숭상할 만큼 경외감만 서린다. 조금 전 바람이 호수에 빠졌더니 뭉게구름이 뛰어내렸다. 구름이 탈출하자마다 호수에 태양이 빛난다. 순간순간 바뀌는 거대한 화면은 특별한 세상을 생중계하고 있다. 북에서 건너온 새 몇 마리 내 곁을 지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