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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보!
시간이 우리를 제트기에 싣고 달렸소.
눈 깜짝 할 사이에 처음 보는 세상에 왔소.
발끝을 세우고 아등바등하다보니
얼굴에는 외꽃이 가득 피었소.
싱싱했던 새순을 무참히 꺾은 시간은
지금도 저 상자에서 돌아가고 있소.
신속히 날아온 우리의 시간은
처음부터 짐작했던 아픔과 수고뿐이었소.
하루의 이십사 분의 일을 팔뚝에 매고
아무리 엄지로 시침을 눌러도
갈색 기름종개처럼 빠져나가고 있소.
우리는 유독 바람을 두려워했소.
여름 장마는 더더욱 공포로 짓눌렀소.
그런데 시간이 우리를 세워준 일은
결과가 빚은 부조화와 모순이지 않소.
누가 태양을 허공에 세우며
오랜 세월에 뒤틀어진 고목을 살리겠소.
가망 없는 회귀(回歸)는 접어치우고
남은 날을 붉은 펜으로 손바닥에 새기며
우리에게 할당 된 시간이 얼마일지라도
지갑에 담아 허투루 쓰지 맙시다.
오늘도 허공에 시간이 한 뼘 남았소.
석양 노을 양떼 문양(文樣)이 참 곱구려.
20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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