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세종로에서

신사/박인걸 2020. 5. 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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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에서

 

저 거리에서 그토록 펄럭이던

주장(主張)의 깃발들이 사라졌다.

연일 내뱉던 확성기소리는

도시 비둘기처럼 날아가 버렸다.

어떤 노인들의 핏대 세운 목소리도

맑은 하늘이 빨아드렸다.

말끔히 수리된 아스팔트 위에는

쏟아진 태양빛이 앉아서 논다.

며칠 전 내린 비에 가로수 함초롬하고

누군가가 심은 꽃이 요괴(妖怪)롭다.

푸른 사람들 신(神)오른 듯 내달리고

도시형 미인들 어깨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순신 장군은 어떤 사색에 빠졌고

세종대왕 너무 늙어서 난독(難讀)중이다.

꼬리를 맞문 차량들 엉금엉금 기지만

북적이는 도시가 활화산 가까이 선 기분이다.

오랜만에 지나치는 이 거리가 맘을 끈다.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서울이 난 좋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일거다.

대한민국의 심장(心臟)이 여기서 뛰고

여기서 보낸 문명(文明)이 지구를 돈다.

나는 서울에서 인간(人間)이 됐다.

세종로에 서면 박동(搏動)이 춤을 춘다.

맞은 편 간판 여배우가 날 반긴다.

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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