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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
왜 점봉 산인지 모른다.
그 산이 꼭 야생화 천국만은 아니다.
구름이 그 산을 넘을 때마다 부서졌고
떨어진 조각들이 아랫마을로 흩어질 때면
마을에는 비가 눈물처럼 내렸다.
가시철망이 촘촘한 산 아랫마을에는
머리를 짧게 깎은 아이들이 군가를 불렀고
사람들은 철조망에 갇힌 나를 군바리라고 불렀다.
얼차려에 혼이 빠져 점봉산 메아리가 되고
자갈 밭길을 무릎으로 길 때면 햇살도 사라졌다.
눈을 뜨면 언제나 가파른 산이 서 있고
계절마다 다른 색깔이 눈동자를 염색했다.
거기는 늘 바람이 울며 지나갔다.
잡초가 뒤덮인 황무지에는 갈대가 울었다.
불규칙한 골짜기에는 안개도 어지러웠고
붉게 타던 가을 산만 내 가슴을 끌어당겼다.
M16 소총소리는 산과 산 사이에서 콩을 볶았고
놀러왔던 산 까치들이 깊은 숲으로 숨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점봉 산을
온 몸을 다해 멀리 밀어냈다.
그 땅은 나에게 영원한 이방 땅이었다.
점봉산 구름이 폭설을 퍼부어 길을 막았지만
나는 눈길을 헤치며 멀리 도망쳤다.
나는 가끔 추억을 주우러 그곳에 간다.
20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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