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점봉산

신사/박인걸 2020. 5. 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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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

 

왜 점봉 산인지 모른다.

그 산이 꼭 야생화 천국만은 아니다.

구름이 그 산을 넘을 때마다 부서졌고

떨어진 조각들이 아랫마을로 흩어질 때면

마을에는 비가 눈물처럼 내렸다.

가시철망이 촘촘한 산 아랫마을에는

머리를 짧게 깎은 아이들이 군가를 불렀고

사람들은 철조망에 갇힌 나를 군바리라고 불렀다.

얼차려에 혼이 빠져 점봉산 메아리가 되고

자갈 밭길을 무릎으로 길 때면 햇살도 사라졌다.

눈을 뜨면 언제나 가파른 산이 서 있고

계절마다 다른 색깔이 눈동자를 염색했다.

거기는 늘 바람이 울며 지나갔다.

잡초가 뒤덮인 황무지에는 갈대가 울었다.

불규칙한 골짜기에는 안개도 어지러웠고

붉게 타던 가을 산만 내 가슴을 끌어당겼다.

M16 소총소리는 산과 산 사이에서 콩을 볶았고

놀러왔던 산 까치들이 깊은 숲으로 숨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점봉 산을

온 몸을 다해 멀리 밀어냈다.

그 땅은 나에게 영원한 이방 땅이었다.

점봉산 구름이 폭설을 퍼부어 길을 막았지만

나는 눈길을 헤치며 멀리 도망쳤다.

나는 가끔 추억을 주우러 그곳에 간다.

20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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