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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407

가여움

가여움 지루한 장마 비 흠뻑 젖은 숲속에서 산비둘기 구슬프게 목 놓아 울고 있다. 적황색 산나리 꽃 비에 젖어 가엽고 빗물 젖은 야생화들 슬픈 그리움 가득하다. 떼를 지어 쏘다니던 떠돌이 뱁새들은 젖은 날개 움츠린 채 넝쿨 숲에 기가 죽었다. 빗물에 젖은 까치들과 표락하던 여름새들도 지친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방황한다. 어제 울던 뻐꾸기 둥지 뒤로 날아갔나. 안개 낀 지양산의 야생(野生)들이 가엽다. 2020.8.16

나의 창작시 2020.08.16

8월의 기도

8월의 기도 초록 생명이 파도치고 뜨거운 열기가 위로 치밀 때 시원한 소낙비가 대지를 적셔주면 지쳤던 풀잎들은 되살아납니다. 능소화 대낮을 밝히고 해바라기 꽃 뜨겁게 웃고 배롱나무 꽃향기 짙게 퍼질 때 진분홍 분꽃은 당신의 마음 같습니다. 맥문동, 박주가리, 모시 대, 잔대꽃 보랏빛 산도라지, 곤드레 꽃 무리지어 피어나는데 사람들 얼굴에만 근심 꽃이 피었습니다. 악이 득세하니 선이 무기력하고 불의와 탐욕이 넝쿨처럼 뻗으니 사랑의 힘은 배터리처럼 방전되고 질투와 시기는 잡초처럼 일어섭니다. 길고 지루한 장마 비마저 코로나에 지친 세상을 무자비하게 덮쳐 만신창이가 돼버린 가슴들마다 황토 빛 고름이 고였습니다. 주여! 치유하소서. 긍휼과 자비의 손길을 뻗치소서. 환란 중에 괴로워하는 가슴들마다 자연처럼 평화롭..

나의 창작시 2020.08.15

폭우(暴雨)

폭우(暴雨) 지겨우리만큼 비가 내린다. 산사태가 비탈진 밭을 덮칠 때 두려워 떨던 어릴 적 기억에 소름이 돋는다. 세찬 바람에 비가 섞여 내릴 때면 나무가 아닌 산이 흔들렸다. 병들지 않은 나뭇잎들이 맥없이 떨어지고 지축을 흔드는 천둥소리에 맞춰 눈 깜짝할 사이에 벼락이 나무에 쏟아졌다. 비명을 지르며 부러지던 노송 앞에서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강물이 교량을 집어 삼키고 소들이 지붕위에서 방황하고 있다. 경찰정이 전복하여 가족들이 아우성이다. 나는 비의 무서움을 안다. 비는 눈물도 피도 인정도 사정도 없다. 세월이 흘러도 비는 변하지 않았다. 비는 그냥 물일뿐이다. 비를 무서워하지 않는 인간이 바보이다.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긴장하고 퍼붓기 시작하면 나는 대비한다. 비가 때로는 낭만과 서정을 자..

나의 창작시 2020.08.10

봉숭아 꽃

봉숭아 꽃 분홍빛 봉숭아꽃이 여름 햇살에 힘겹다. 다소곳한 모습에서 너의 순정을 생각한다. 산들바람 한 점 없는 한 여름 혹서에도 한 송이 붉은 꽃잎은 임을 향해 한결같다. 란타나 꽃 아롱지고 베고니아 요란해도 가슴까지 곱게 적셔주는 봉숭아꽃에 비교될까 손톱에 꽃물들이듯 내 가슴도 붉게 염색하고 낙화하는 그날까지 당신의 꽃으로 살련다. 2020.8.8

나의 창작시 2020.08.08

여름 산

여름 산 떡갈나무 우람하고 산 벚나무 비탈에 늠름하네. 상수리나무 청청하고 소나무 향기 진동하네. 꽃 진 자리마다 맺힌 열매 알알이 영글고 보랏빛 싸리 꽃 무리지어 파도치네. 참매미 높은 가지에서 숨넘어가게 자지러지고 자주 보던 청솔모 한 마리 제 혼자 곡예 부리네. 산이 좋아 산에 오면 산은 나를 가지 말라하네. 한 여름 청록 숲은 산길에 나를 주저앉히네. 2020.7.31

나의 창작시 2020.08.01

욕망(慾望)

욕망(慾望) 저 촘촘한 아파트 중에 내 아파트 하나 없어 부러워했다. 내 집 하나 가졌더니 정원 있는 단독주택에 맘이 끌린다. 욕망의 뿌리를 뒤흔드는 치유 불가능한 인간의 원죄는 채워지지 않는 공격기제의 응어리처럼 심층저변에 똬리를 틀고 있다. 옷이 없어도 남의 옷 부러워말고 신발이 닳았어도 맨발 아니면 되는데 만족할 줄 모르는 나는 아직도 그분의 가르침에 못 미친다. 허술한 옷 입은 나사렛 청년은 하룻밤 자고 갈 방 한 칸 없었는데 절제되지 않는 추한 욕망(慾望)은 내 안에서 구렁이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숲에서 새에게 말을 건넸다. 하루의 양식을 누가 주느냐고 새는 나에게 하늘을 가리키며 날았다. 나는 아직도 모자람에 힘들어한다. 해맑은 개망초 꽃이 부럽다. 2020.7.17

나의 창작시 2020.07.17

여름밤 추억

여름밤 추억 여름 밤 하늘엔 은하수 흐르고 맑은 별빛은 호수위로 쏟아지고 하얀 달은 어둠을 퍼내느라 새벽녘이면 반쪽이 닳았다. 벼 포기 자라는 드넓은 논에서는 무당개구리 밤새도록 굿을 하고 동네 애들은 미역 감느라 어두운 냇물에 알몸을 던졌다. 보랏빛 콩 꽃은 달빛에 웃고 샛노란 참외는 별빛에 익고 풀냄새 풍겨나는 들판 위에는 반딧불이 짝을 찾아 등을 밝혔다. 여름 볕에 시달리던 미루나무는 부채질도 멈춘 채 서서 잠들고 먹이 사냥에 지친 산새 들새들 합석 집 처마 끝에서 하숙을 한다. 못 생긴 호박꽃은 밤에만 피고 애달픈 달맞이꽃 밭둑에 피던 열 살배기 소년의 혼에 새겨진 여름 밤 추억에 주름진 눈을 감는다. 2020.7.13

나의 창작시 2020.07.14

밤의 축복

밤의 축복 거리의 간판들마다 점멸되고 24시간 편의점 간판만 불이 밝다. 왕래하던 발자국 소리는 끊기고 간간히 노래방 음악만 어둠을 울린다. 수레바퀴의 마찰음에 자지러지던 시커먼 아스팔트는 길게 눕고 미친 여자 머리칼처럼 흔들리던 가로수도 지금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어둠은 빛을 집어 삼키고 시간은 시간을 어둠으로 몰고 가지만 세상을 조용한 이불로 덮는 손길에 나는 신(神)의 깊은 사랑을 느낀다. 그토록 분요(紛擾)하던 땅은 순한 양처럼 고개를 깊이 숙이고 성난 진돗개처럼 날뛰던 세상은 쏟아지는 별빛에 돌부처처럼 서 있다. 반복 찾아오는 어두움은 하루를 비우고 또 하루를 빚으며 깊은 밤은 나를 마취한 후 의과의사처럼 내 의식을 수술한다. 매일 아침 나는 새 사람이 된다. 2020.7.10

나의 창작시 2020.07.10

강가에서

강가에서 큰 비 지나 간 어느 날 굽이쳐 흘러가는 강줄기 따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물새 노래 소리 들으며 걸었다. 여름 장마가 휩쓸고 간 강변에서 새로운 풍경에 압도되고 물고기 떼 힘차게 헤엄치는 강바닥은 고해성사한 마음처럼 맑았다. 운무(雲霧)낀 가슴은 환하게 걷히고 짓누르던 근심을 모두 강물에 버렸을 때 며칠 간 통증에 신음하던 가슴이 진통제 먹은 듯 가라앉았다. 외로움의 중량(重量)도 폐부를 눌렀는데 흐르는 물소리에 형체 없이 사라지고 햇빛 쏟아지는 모래밭처럼 가슴에는 작은 행복이 반짝거렸다. 해당화 진분홍으로 활짝 웃고 실버들 강바람에 능청거린다. 오늘은 맑은 여름 하늘이 화산처럼 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린다. 2020.7.8

나의 창작시 2020.07.08

찔레 꽃

찔레 꽃 서러운 사연이 얼마나 많은지 애달프고 애달프게 피었습니다. 못다 털어낸 긴 이야기들이 꽃잎마다 눈물처럼 고여 있습니다. 황사바람 부는 거친 골짜기 버려진 박토(薄土)후미진 비탈에 얼기설기 헝클어져 사납게 휘두르는 가시에 찔리며 붉게 피었습니다. 스스로 수인(囚人)이 된 여인은 줄줄이 엮인 사연 속으로 삭힌 채 온 종일 밭고랑에 앉아 모진 세월을 무딘 호미 끝으로 파 뒤집었습니다. 사랑도 꿈도 일찍이 꺾어버린 채 운명은 나뭇가지에 높이 걸어놓고 애오라지 줄줄이 딸린 자식 걱정에 뜨거운 숨결로 타올랐습니다. 매우 거칠고 고단한 영토(嶺土)에 아직도 잊지 못한 사연 뿌리며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었다 지는 내 어머니 거친 숨소리 같은 찔레꽃이 여름 햇볕에 오그리고 있습니다. 2020.7.7

나의 창작시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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