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강가에서

신사/박인걸 2020. 7. 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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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큰 비 지나 간 어느 날

굽이쳐 흘러가는 강줄기 따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물새 노래 소리 들으며 걸었다.

여름 장마가 휩쓸고 간 강변에서

새로운 풍경에 압도되고

물고기 떼 힘차게 헤엄치는 강바닥은

고해성사한 마음처럼 맑았다.

운무(雲霧)낀 가슴은 환하게 걷히고

짓누르던 근심을 모두 강물에 버렸을 때

며칠 간 통증에 신음하던 가슴이

진통제 먹은 듯 가라앉았다.

외로움의 중량(重量)도 폐부를 눌렀는데

흐르는 물소리에 형체 없이 사라지고

햇빛 쏟아지는 모래밭처럼

가슴에는 작은 행복이 반짝거렸다.

해당화 진분홍으로 활짝 웃고

실버들 강바람에 능청거린다.

오늘은 맑은 여름 하늘이

화산처럼 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린다.

20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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