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여름밤 추억

신사/박인걸 2020. 7. 14.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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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추억

 

여름 밤 하늘엔 은하수 흐르고

맑은 별빛은 호수위로 쏟아지고

하얀 달은 어둠을 퍼내느라

새벽녘이면 반쪽이 닳았다.

 

벼 포기 자라는 드넓은 논에서는

무당개구리 밤새도록 굿을 하고

동네 애들은 미역 감느라

어두운 냇물에 알몸을 던졌다.

 

보랏빛 콩 꽃은 달빛에 웃고

샛노란 참외는 별빛에 익고

풀냄새 풍겨나는 들판 위에는

반딧불이 짝을 찾아 등을 밝혔다.

 

여름 볕에 시달리던 미루나무는

부채질도 멈춘 채 서서 잠들고

먹이 사냥에 지친 산새 들새들

합석 집 처마 끝에서 하숙을 한다.

 

못 생긴 호박꽃은 밤에만 피고

애달픈 달맞이꽃 밭둑에 피던

열 살배기 소년의 혼에 새겨진

여름 밤 추억에 주름진 눈을 감는다.

20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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