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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꽃
서러운 사연이 얼마나 많은지
애달프고 애달프게 피었습니다.
못다 털어낸 긴 이야기들이
꽃잎마다 눈물처럼 고여 있습니다.
황사바람 부는 거친 골짜기
버려진 박토(薄土)후미진 비탈에
얼기설기 헝클어져 사납게 휘두르는
가시에 찔리며 붉게 피었습니다.
스스로 수인(囚人)이 된 여인은
줄줄이 엮인 사연 속으로 삭힌 채
온 종일 밭고랑에 앉아 모진 세월을
무딘 호미 끝으로 파 뒤집었습니다.
사랑도 꿈도 일찍이 꺾어버린 채
운명은 나뭇가지에 높이 걸어놓고
애오라지 줄줄이 딸린 자식 걱정에
뜨거운 숨결로 타올랐습니다.
매우 거칠고 고단한 영토(嶺土)에
아직도 잊지 못한 사연 뿌리며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었다 지는
내 어머니 거친 숨소리 같은 찔레꽃이
여름 햇볕에 오그리고 있습니다.
202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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