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찔레 꽃

신사/박인걸 2020. 7. 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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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꽃

 

서러운 사연이 얼마나 많은지

애달프고 애달프게 피었습니다.

못다 털어낸 긴 이야기들이

꽃잎마다 눈물처럼 고여 있습니다.

황사바람 부는 거친 골짜기

버려진 박토(薄土)후미진 비탈에

얼기설기 헝클어져 사납게 휘두르는

가시에 찔리며 붉게 피었습니다.

스스로 수인(囚人)이 된 여인은

줄줄이 엮인 사연 속으로 삭힌 채

온 종일 밭고랑에 앉아 모진 세월을

무딘 호미 끝으로 파 뒤집었습니다.

사랑도 꿈도 일찍이 꺾어버린 채

운명은 나뭇가지에 높이 걸어놓고

애오라지 줄줄이 딸린 자식 걱정에

뜨거운 숨결로 타올랐습니다.

매우 거칠고 고단한 영토(嶺土)에

아직도 잊지 못한 사연 뿌리며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었다 지는

내 어머니 거친 숨소리 같은 찔레꽃이

여름 햇볕에 오그리고 있습니다.

202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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